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플라스틱은 열이나 압력을 줘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고분자 화합물을 일컫는다. 천연수지와 합성수지 모두 플라스틱이지만, 대개 합성수지만을 가리키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껌이나 천연고무와 같은 다양한 천연 플라스틱이 사용됐다. 그러던 중 1800년대 중반 셀룰로이드가 만들어진다. 열을 가하거나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어떤 모양으로도 만들기 쉽지만 식히면 단단하게 변하여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았다. 이후 합성수지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이 만들어진다. 페놀과 포름알데히드를 이용해 만든 베이클라이트, 합성 플라스틱은 다양한 전자제품에 널리 쓰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미국 정부가 부족한 구리 대신 플라스틱으로 동전 만드는 걸 검토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찢어지지 않고 위조하기도 어려운 플라스틱 지폐를 쓰는 국가가 많다.
현대 문명에서 플라스틱은 없어서는 안 될 소재다. 칫솔, 바가지 등 생활용품에서부터 기능성 섬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자, 자동차 내장재에 이르기까지 널리 쓰인다. 뉴밀레니엄을 여는 2000년 노벨 화학상은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을 개발한 학자들이 받았다. 이들이 개발한 전도성 플라스틱은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나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등에 쓰인다. 높은 온도를 견디는 플라스틱은 경주용 자동차 엔진에 사용되고, 철보다 강한 섬유도 만들어지고 있다.
아프리카 가나 해변에 플라스틱 폐기물이 쌓여 있는 모습(위 사진). 바다로 몰려든 플라스틱 쓰레기는 썩지 않고 미세 플라스틱이 돼 물고기나 동물의 몸속에 축적될 위험이 크다. 아래 사진은 미세 플라스틱의 모습.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그린피스
최근 분해가 쉬운 플라스틱 개발이 한창이다. 사진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가 개발한 따뜻한 물을 부어주면 상온에서 사라지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진 출처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다만 기술 진화 못지않게 플라스틱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도 절실하다. 일회용 비닐봉투나 컵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은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현재 각기 다른 일회용 플라스틱 컵 소재를 내년부터 통일해 재활용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변화도 긍정적이라고 본다. 다만 이런 친환경 움직임을 홍보 수단이나 일시적인 이미지 제고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새로운 텀블러의 남용은 일회용품 이용보다 못한 결과를 낳는다.
의도와 결과가 따로 노는 사례는 최근 플라스틱 용기의 달라진 비닐 라벨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재활용 정책이 강화되며 많은 업체들이 절취선이 들어간 라벨을 붙이고 있지만 사실 재활용 업체들은 예전 방식 라벨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굳이 손으로 라벨을 떼지 않아도 이를 쉽게 분리할 화학적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분리수거 단계부터 모든 포장이 분리된 채 버려진다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에 새로운 포장 방식이 재활용을 더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나온다.
이제 막연한 환경보호 구호보다는 지구와의 공존을 위한 구체적인 플라스틱 사용법과 처리법을 고민할 때다. 좋은 의도와 발 빠른 추진 못지않게 충분한 검증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