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피해누적 방역강화 힘들어 “방역 조여도 확진자 감소 기대 못해… 위중증 위주 의료체계 정비 필요” 단계적 일상 회복 나섰던 싱가포르, 코로나 재확산에 다시 방역 강화 임신부, 12∼17세 내달부터 접종
일요일인 26일 서울 마포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 많은 시민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6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771명으로 추석 연휴 이후 확진자 폭증세가 이어지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6일 0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0만117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국내 코로나19 유행 시작 후 약 1년 8개월 만이다. 증가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10만 명에서 20만 명까지 130일이 걸렸는데 30만 명까지는 불과 55일 걸렸다. 전파력이 강한 인도발 ‘델타 변이’에 따른 4차 유행 탓이다. 정부는 유행의 규모가 더 이상 커지지 않는 것을 ‘위드(with) 코로나’ 전환의 전제조건으로 꼽았다. 하지만 추석 연휴(18∼22일) 직후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위드 코로나 계획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롤 모델’ 싱가포르도 방역 재강화
방역당국이 목표로 내세운 ‘단계적 일상 회복’을 앞서 실시한 대표적인 나라는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80%가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바탕으로 지난달 초부터 점진적인 위드 코로나 전환에 나섰다. 이 시기 싱가포르의 하루 확진자 수는 100명 안팎이었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방역 상황은 8월 하순부터 급격히 악화됐고, 최근 닷새 연속으로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이 추세대로라면 이번 주 하루 확진자가 3200명을 넘을 것이란 예측까지 나왔다. 이에 싱가포르는 위드 코로나로 완화했던 방역 수칙을 27일부터 다시 강화하기로 했다. 최대 5인까지로 완화됐던 사적 모임 인원은 다시 2인까지로 줄어든다.
추석 감염 ‘n차 전파’ 차단이 관건
하지만 방역당국이 지금보다 거리 두기를 강화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장기화된 방역 조치로 누적된 사회적 피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거리 두기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이 커져 방역 강화의 효과도 떨어지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싱가포르처럼 방역 조치를 강화해도 확진자가 크게 줄어들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현재 방역 수준을 유지하며 4000, 5000명대 확산까지 가는 것만이라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정 청장도 “거리 두기 완화에 따라 확진자가 증가할 가능성을 안고 위드 코로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위드 코로나에 돌입하면 확진자는 다시 늘 수밖에 없다는 걸 에둘러 설명한 것이다. 방역당국은 하루 2500∼3000명의 확진자가 계속 발생할 경우 현재 병상 운영 체계로는 1, 2주가량 버틸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몇 년을 버틸 수 있는 중환자 치료 병상과 의료 인력을 갖추고, 경증 환자는 집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접종 속도전… 60세 이상, 의료진 ‘부스터샷’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을 현실적인 방역카드는 접종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반영한 4분기(10∼12월) 접종 계획이 27일 발표된다. 일단 2차 접종 후 6개월이 지난 사람 중 60세 이상 고령층 및 의료진부터 부스터샷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금까지 접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12∼17세 소아·청소년과 임신부도 접종 대상에 포함된다. 방역당국은 소아·청소년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접종을 유도하지 않고 개인 선택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이 연령대는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낮아 부작용 위험보다 접종의 이익이 확연히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