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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정상회담’ 언급하며 대화 재개 신호… 靑 “좋은 시그널”

입력 | 2021-09-27 03:00:00

北, 이틀 연속 관계 개선 의지 담화
金, 2년만에 남북회담 거론하며 “설전하며 시간 낭비할 필요 없다”
與선 ‘베이징 회담’ 시점 예측까지…北 “군사행동, 도발로 부르지 말라”
적대정책 철회 등 요구해 변수로…美, 관련 후속조치 내놓을지 관심




북한이 2019년 6월 이후 2년 3개월여 만에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자 북한이 대화 재개 신호까지 내비치고 나선 것.

이런 북한의 움직임은 내년 3월 한국의 차기 대선,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연이어 다가오는 상황에서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제재 완화 등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북한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 민감한 조건들을 명시적으로 제기하면서 남북미 간 수 싸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남북 정상회담 해결 가능”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5일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 비로소 북남 사이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며 종전선언은 물론이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 정상회담 등도 빠른 시일 내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24일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고 한 김여정이 재차 나서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정상회담까지 거론하며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 것.

특히 청와대와 여권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이 직접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2019년 6월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 이후 정상회담과 관련해 우호적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 김여정은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청와대가 바라는 임기 말 남북 정상회담은 없을 것”이라고 압박한 바 있다. 2018년 남북 해빙 국면에서 활동했던 김여정의 정상회담 언급에 통일부는 “의미 있게 평가한다”고 밝혔고, 청와대도 “좋은 시그널인 건 사실”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멈춰 있던 남북 대화의 재개를 알리는 파란불”이라고 환영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 등 남북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시점에 대한 예측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김여정 역시 “북과 남이 서로 트집 잡고 설전하며 시간 낭비 할 필요가 없다”며 남북 대화에 속도를 내자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판을 깔아주고 (남북미 간) 명분만 맞는다면 베이징 정상회담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베이징 겨울올림픽은 차기 대선을 한 달가량 앞둔 시점에 열린다. 북한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대선을 두 달여 앞둔 10월에 전격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에 나선 바 있다.


北, 조건도 더 선명하게 제시
그러나 전문가들은 김여정의 남북 관계 복원 손짓이 실제 관계 정상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김여정이 상호 존중 및 대북 적대시 정책·이중 기준 철회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전략자산 철수, 한미 훈련 중단, 대북제재 해제 등과 직결되는 것으로 백악관과 청와대 모두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사안들이다.

특히 김여정은 “우리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은 모두 위협적인 ‘도발’로 매도되고, 자기들의 군비 증강 활동은 ‘대북 억제력 확보’로 미화하는 미국과 남조선식 대조선(대북) 이중 기준은 비논리적”이라고 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최근 우리 군의 자주국방 강화 움직임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이다.

이에 대해 탈북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을 위해 ‘상호 존중’ 원칙에 합의해 주는 순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북한은 도발을 도발이라고 부르지 못하게 만드는 게 사실상 핵보유로 가는 길이란 걸 알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북한이 먼저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 이상 대북 제재 완화 등은 없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백악관의 태도도 핵심 변수다. 청와대 관계자도 “문 대통령이 전달한 공이 이제 미국으로 넘어갔다”며 “백악관이 이제 어떻게 북한에 그 공을 넘길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움직이지 않는 이상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 관계 복원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