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사흘 연속 세계 1위 트레이닝복 등 비공식 굿즈 나오고 틱톡엔 ‘무궁화꽃’ 패러디 영상 인기 “핼러윈은 ‘가면남’ 휩쓸것” 전망도…넷플릭스 없는 중국에서도 돌풍 “죽거나 1등 돼야만 탈출하는 게임…조직생활 지친 현대인 비유에 공감”
‘오징어게임’에서 주인공 기훈(이정재)이 우산 모양이 찍힌 달고나 뒷면을 쳐다보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주말 내내 전 세계를 휩쓸며 ‘세계인의 게임’이 됐다.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한국 드라마 중 처음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하면서 각국에서 복장 따라하기, 장면 패러디, 관련 물품 구입 등 열풍이 불고 있다.
26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23일(미국 시간 기준) 세계 스트리밍 1위에 오른 뒤 사흘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25일 현재 미국, 브라질, 프랑스, 독일, 일본 등 66개 국가에서 1위를 기록했다.
딱지 치고 달고나 만들고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를 넘어 현실 세계와 타 플랫폼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동영상 소셜미디어 틱톡엔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지하철 승강장 내 딱지치기 장면이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 장면을 각 나라에서 패러디한 영상들이 올라왔다. 넷플릭스가 작품 홍보를 위해 필리핀 등에 설치한 일명 ‘영희 로봇’ 인증샷 역시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는 ‘한국 전통 달고나 게임’이라는 이름이 붙은 ‘달고나 만들기 세트’ 판매글이 올라왔다. 이베이 캡처
핼러윈데이(10월 31일)가 한 달 이상 남았지만 영미권 온라인에는 핼러윈데이에 오징어게임 의상을 입겠다는 글이 많다. 특히 게임 진행요원인 ‘가면남’들의 마스크까지 갖춘 분홍 의상은 ‘코로나 시대에 가장 적합한 코스튬’이라는 우스개 섞인 반응도 나온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7’의 주연 배우 사이먼 페그가 게임 참가자 트레이닝복을 입고 촬영한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넷플릭스 없는 중국에서도 인기
넷플릭스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중국에서도 오징어게임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26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오징어게임을 언급한 해시태그가 23만2000건에 달하고, 11억9000만 명이 관련 게시물을 읽은 것으로 표시돼 있다. 한때 인기 검색어 9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오징어게임이 국경을 넘어 돌풍을 일으키는 것을 두고 현대사회와 현대인들의 모습을 단순한 게임의 룰로 은유해낸 점이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록달록한 거대 세트, 영희 로봇 등 다양한 볼거리로 오락성을 잡은 동시에 곳곳에 깔린 풍자로 작품성도 잡았다는 것.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중엔 게임을 중단할 수 있는 다수결이라는 민주사회의 의사결정 장치가 분명히 있지만 실제론 죽거나 1등이 되지 않으면 탈출하지 못한다”며 “현대인들 역시 조직 안에서 울며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대부분인데, 이 점에 세계인들이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