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일본 총리가 될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의 승자가 과반 득표자 없이 2차 결선 투표에서 가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후보들은 의원 표의 비중이 높은 결선 투표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의원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여론조사 1위 후보인 고노 다로 일본 행정개혁 담당상을 결선에서 뒤집을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린다.
결선 투표가 확실시되는 이유는 후보 4명 중 어느 누구도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아사히신문은 전날까지 자민당 국회의원 381명을 상대로 지지 동항을 조사한 결과, 기시다 후미오 전 정무조사회장이 110여명, 고노 다로 일본 행정개혁 담당상이 100여명 정도의 지지세를 모았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이 80여명의 지지를 획득해 그 뒤를 이었으며 노다 세이코 자민당 간사장 대행의 경우 추천인 20명 이외에 별다른 지지자가 보이지 않았다.
아사히는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은 의원이 60명을 넘기에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지만, 당내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는 후보가 없고 상위 2명 주에 승자를 가리는 결선 투표가 치러질 것이란 견해가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미우리신문 또한 전날까지 실시한 조사에서 기시다 전 정조회장이 127표, 고노 담당상이 103표, 다카이치 전 총무상이 82표, 노다 대행이 21표를 얻었다고 전했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고노 담당상의 총 득표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공영 NHK방송도 국회의원 투표 382표 가운데 기시다 전 정조회장이 30%, 고노 담당상이 20%대 중반, 다카이치 전 총무상이 약 20% 정도의 지지율을 보인다고 전했다.
◇ 2위 싸움에 촉각…기시다·다카이치 누가 결선 가나
이런 상황에서 각 진영은 2위 싸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시다 전 정조회장과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둘 다 여론조사 1위인 고노 담당상을 견제한다. 이들은 의원 표 비중이 89%에 달하는 결선 투표에서 고노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전면 지지하는 다카이치 전 총무상 측 진영도 2위에 올라 기시다 전 정조회장 측의 협력을 얻으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보수파를 중심으로 의원표를 굳히고, 지방 표에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다.
다만 보수색이 강한 다카이치 전 총무상이 2위가 되면 기시다 전 정조회장의 진영이 어느 쪽으로 정리될지가 관건이다. 실제로 기시다 측 진영에서는 “사상과 신조에서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추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 결선서 기시다가 유리? 고노 “끔찍한 가짜뉴스”
1차 투표 2위는 기시다 전 정조회장이 될 가능성이 비교적 크다. 그는 본인의 파벌인 기시다파(46명)파 외 호소다파(96명)나 아소파(53명)에서도 지지 세력을 확보하고 있어 2차 결선 투표에서 유리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고노 담당상은 후지TV에 출연해 이런 관측에 대한 질문을 받고 “끔찍한 가짜뉴스”라고 발끈했다.
산케이신문은 결선에서 고노 담당상과 기시다 전 정조회장이 붙을 경우 전자가 불리하다는 견해가 있다고 전했다. 고노 담당상의 탈원전 정책이나 연금제도 개혁, 당의 부회를 경시하는 발언 등으로 당내 반발이 퍼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다케시타파의 지지를 얻고 있으며 아베 전 총리나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과도 관계가 양호하다. 다카이치 전 총무상의 표를 결선 투표로 가져가기 좋은 배경이다.
◇ 고노 당원표 절반 이상 가져갈지 주목
1차 투표에서 당원 표 가운데 고노 담당상이 50% 이상을 가져갈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린다. 결선투표에서도 1차 투표 시 당원 표의 향배가 관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케이는 전직 각료들을 인용, 고노 담당상의 당원표가 50%를 넘으면 역전이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가 되지만, 그 미만이 되면 2차 투표에서 역전이 허용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고노 담당상 측 진영은 “당원 투표의 다수를 얻은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 역전당하면 비판을 받게 된다”면서 “그러면 중의원 선거에서 무척 곤란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는 과거 4차례 결선 투표를 했다. 1차 투표에서 2위였던 후보가 역전한 사례는 아베 전 총리가 승리한 2012년을 포함해 두 번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