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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위험 고수익”이라던 대장동, 알고 보니 땅 짚고 헤엄치기

입력 | 2021-09-28 00:00:00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특혜 의혹을 받는 대장동 개발의 사업 리스크를 낮게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주택금융공사의 대장지구 심사 문건에 따르면 해당 사업지에서 아파트를 공급하면 3개월 내 100% 분양률 달성은 무난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공사는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은행권에서 사업비를 빌릴 수 있도록 보증을 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이 Q&A 자료에서 “고위험 고수익”이라고 밝힌 해명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주택금융공사는 대출 보증을 결정할 때 미분양이 20% 발생해도 수익이 생기는 구조라고 봤다. 사업 위험성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2015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진행한 사업타당성 연구용역에서도 분양성과 사업성이 양호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지사의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이 “2017년 3월경 대장동 개발사업은 위험 변수가 없을 정도로 확실했다”라고 증언했다.

주택 개발사업의 가장 어려운 관문은 토지 확보다. 대장동 사업에서는 공공의 힘으로 민간 토지를 수용했다. 토지를 수용당한 일부 주민들은 지금도 “당시 시세의 반값 정도만 보상받았다”고 반발한다. 민간이 단독으로 땅을 사들였다면 주민과의 갈등으로 사업이 장기화하거나 중단될 수 있었다고 볼 대목이다.

인허가 또한 사실상 공동 사업자인 성남시가 맡았다. ‘남판교’로 불리는 뛰어난 입지 여건 덕분에 분양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토지 인허가 분양 등 개발 사업의 3대 위험을 모두 피해 간 셈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이 입수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의견 청취안’에 따르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2012년 시의회 보고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3000억 원대 수익이 예상된다고 했다. 공공 방식의 안정성을 염두에 두고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한 모양새다.

민간이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고 공공사업에서 큰 이익을 얻었다는 게 특혜 의혹의 핵심이다. 이 지사 측은 “높은 리스크”를 주장하지만 정황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에 가깝다. 대장동 원주민들이 토지 수용에 응한 것은 ‘공공’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는 공공이 위험을 없애주고 민간이 이익을 챙겼다. 사업 공고 때부터 분양에 이르기까지, 공공의 외피를 쓰고 진행된 모든 과정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