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침해 등 논란 커지자 주요 ICT기업 줄줄이 국회 소환 김범수 채택 놓고 상임위간 경쟁…배민-야놀자 대표도 부르기로 여야, 대선 앞두고 ‘공정’ 앞세워
다음 달 1일 시작되는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회 국정감사가 주요 플랫폼 기업들을 정조준한 ‘플랫폼 국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 속에 ‘갑(甲)카오’라는 비판을 받는 카카오를 필두로 네이버와 구글코리아, 쿠팡 등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 수장들이 각 상임위원회마다 줄줄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다음 달 5일로 예고된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 김경훈 구글코리아 대표, 박대준 쿠팡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일찌감치 ‘플랫폼 국감’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상임위원회 간 주요 증인 채택을 둘러싼 ‘입도선매’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이날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 창업자를 국감에 부르자고 주장하며 “김 의장은 정무위에 (증인으로) 채택됐는데, (과학기술정보 산업) 전체를 총괄하는 과방위에서 채택 못 하면 과방위 체면이 안 선다. (창업자) 밑에 고용 사장을 불러선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16일 정무위원회는 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개선 문제 및 문어발식 사업 확장 문제를 따지겠다며 김범수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과거처럼 기업인들에게 윽박지르는 모습은 곤란하다”고 했고 같은 당 우상호 의원도 “현재 7, 8개 상임위가 김 의장과 이 책임자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벌 주듯 부르는 건 국회가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결국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와 김범수 의장의 과방위 증인 채택은 불발됐다.
여야가 앞다퉈 플랫폼 기업 정조준에 나선 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각되는 ‘공정’ 키워드 선점을 위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특히 플랫폼 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수익을 독식했다는 부정적 여론이 크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해석이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 드러나는 문제들을 포함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플랫폼 종사자법’ 등 플랫폼 규제 관련 법안들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그동안 플랫폼 산업이 신생 산업으로 분류되다 보니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많았다”며 “이들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시국 속 예상보다 빠르게 ‘빅테크’로 성장한 만큼 일정 부분의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데에 대한 여야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국감을 시작으로 관련 규제 입법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들이 그동안 혁신이란 미명 아래 각종 혜택은 다 누려놓고 지금에 와서는 규제를 피해 가고 있다”며 “혁신의 싹을 자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정 부분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