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정영학 관여한 부동산 개발사, 2009년 땅 선점… LH 공영개발 포기 성남시가 다시 공영개발 나섰지만 민간이 사업 주도하며 수익 독식 화천대유-천화동인에 이익 몰아줘
모습 드러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의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 씨가 27일 오전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씨는 ‘대장동 게이트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초호화 법률 고문단에 대해서는 “대가성은 없었다. 좋아하던 형님들이고 멘토 같은 분들이라 모셨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에 참여한 ‘천화동인’ 4호와 5호 소유주들이 2009년부터 대장지구 땅 3분의 1을 확보하고 민간개발을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10년 성남시장 재직 당시 불로소득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며 공영개발을 선언했지만 땅을 선점한 민간이 사업을 처음부터 주도하면서 개발 이익을 독식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사업자가 1000배가 넘는 수익을 낸 것에 대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이라고 해명했지만 대장동 땅을 이미 확보한 민간으로선 큰 위험이 없었던 셈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7일 대장동 일대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 2009년 11월과 12월에 154건의 토지 계약이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동 일대에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9년 동안 신고된 거래 건수 194건 중 80%에 이르는 거래가 2009년 말에 집중된 것이다.
이후 남 변호사는 씨세븐이 설립한 프로젝트파이낸싱금융투자(PFV)의 대표로 선임됐고 정 회계사는 이 PFV에 돈을 댄 회사들의 대표와 임원직을 맡았다. 이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영개발을 추진 중이던 2009년 11월 민간개발을 염두에 두고 땅을 사들이고 토지주를 설득하는 작업을 벌였다. 기존 토지주들과 공인중개사들은 이 작업을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주도했다고 전했다. LH가 기존 공영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상태에서 땅 작업을 한 셈이라는 것이다. 실제 2010년 6월 LH가 공영개발을 포기하면서 대장동 사업은 민간 단독 사업으로 전환됐다. 이후 2010년 10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공영개발로 다시 바꿨다.
부동산 업계는 이재명 당시 시장이 땅 작업을 끝낸 민간업자를 배제한 채 완전한 공영개발을 추진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본다. 법적으로는 토지 강제 수용이 가능하지만 민간업자들이 감정가 수준에 땅을 넘기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성남시가 성남도시개발을 앞세워 인허가 절차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아 민간의 분양수익을 높일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대장동 개발사업은 민관합동 방식의 공영개발로 바뀌면서 민간의 수익이 급증했다. 씨세븐 주도로 설립한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가 민간 단독 개발을 전제로 예상했던 수익은 2009년 기준 2967억 원이었다. 반면 실제 대장동 개발에 참여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가 받은 배당금과 분양수익은 최소 7040억 원이다.
남욱-정영학, 2009년부터 대장동 땅 선점… 개발 주도권 쥐고 입김
민간개발사가 대규모 땅 확보
토지 주인 상당수의 동의도 얻어 성남시 공영개발 추진 동력 잃자 결국 민관개발로 사업방향 틀어
남-정, 천화동인 맡아 막대한 수익
25일 경기 성남시 대장동 인근에서 만난 원주민 이모 씨(69)가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에 참여한 천화동인 4호 대표 남욱 변호사를 처음 만난 건 2008년이었다. 이 씨는 “땅 매입작업을 하던 회사 관계자가 전복을 선물로 돌리며 토지주를 설득할 때 남 변호사도 함께 있었다”며 “토지 매입비를 잘 쳐주겠다는 말에 2009년 말 계약금 10%를 받고 민간개발에 동의해줬다”고 말했다.
2009년 11∼12월 대장동에서 신고된 토지 실거래 계약 건수는 304건이었다. 2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이뤄진 토지계약 면적은 약 29만 m²로 대장지구 전체(91만 m²)의 3분의 1에 이르렀다. 이 토지 매입을 주도한 ‘씨세븐’이라는 부동산 개발회사에는 남욱 변호사뿐 아니라 천화동인 5호 대표인 정영학 회계사가 자문역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토지 매입 당시 계약만 하고 잔금 시기를 미뤄 등기부등본상 명의 변경은 1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시행업계에서는 이를 전형적인 ‘지주작업’이라고 분석했다. 시행사가 민간도시개발사업 추진 요건인 ‘토지 3분의 2 이상 확보, 소유주 2분의 1 이상 동의’ 요건을 충족하려고 일단 계약만 한 뒤 지구 지정 시점에 잔금을 내고 명의를 변경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대장동 개발사업을 검토했던 한 시행사 관계자는 “개발이 잘 진행되면 잔금을 주고 등기를 넘겨받는데 2010년 민영개발이 중단되며 등기가 마무리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씨세븐 측은 계약금만 지불한 상태에서 수년간 토지를 ‘확보’한 상태를 유지했다.
실제 씨세븐이 이름을 바꾼 ‘대장 프로젝트파이낸싱금융투자(PFV)’는 이미 민간개발을 전제로 대장지구 땅의 3분의 1 이상을 확보한 데다 토지주 상당수를 설득해둔 상태였다. 대장PFV가 사실상 개발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셈이다.
이 시장은 민관공동개발 방식에 대해 개발이익 환수를 위한 ‘부분 공영개발’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업의 첫 단추부터 대장PFV의 입김에 휘둘렸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대장동 땅을 공영개발하려 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2009년 말 민간개발업체가 대장동 토지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요건을 대부분 갖췄다는 점을 LH도 알고 있었다”며 “LH가 2010년 6월 공영개발을 철회한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한 시행사 대표는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2009년부터 대장동 토지를 확보해둔 대장PFV 및 관계사 대표이자 임원인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의 영향력이 컸을 수밖에 없다”며 “그 덕에 두 사람이 화천대유의 자회사인 천화동인 대표를 맡아 기대 이상의 수익을 거둔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