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단독]대학핸드볼 김진영 스페인行…11년 만에 유럽파 계보 잇는다

입력 | 2021-09-28 11:26:00

남자 핸드볼 김진영.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국 남자 핸드볼의 ‘유럽파’ 계보가 11년 만에 이어진다.

경희대 및 핸드볼 관계자 등에 따르면 대학무대 최고의 라이트백으로 평가받는 김진영(21·경희대)이 스페인 핸드볼리그 1부(Liga ASOBAL) 소속의 아데마르 레온(ABANCA Ademar Leon)에서 활약한다. 선수 및 소속팀 양측이 입단에 합의했고 계약기간(2년 또는 3년), 연봉 등 세부적인 내용을 조율한 뒤 계약서에 사인할 예정이다. 계약이 마무리 되는대로 김진영도 스페인으로 향할 예정이다.

과거 스위스에서 활약하며 1989년 올해의 선수(World Player of the Year)에도 오른 강재원(56·현 여자부 부산시설공단 감독),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8차례 득점왕에 오른 윤경신(48·현 남자부 두산 감독) 등 핸드볼의 ‘빅리그’인 유럽무대를 호령한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했던 한국 핸드볼은 스위스 RTV바젤에서의 활약을 끝으로 2010년 은퇴한 황보성일(현 남자부 SK 감독) 이후 유럽파 계보가 끊겼다. 1988 서울 올림픽 은메달, 아시아경기 5연패(1986~2002년) 등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췄던 남자 핸드볼도 유럽파 계보가 끊기며 침체기를 겪었다. 2012 런던 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출전권조차 얻기 힘든 팀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김진영의 유럽 진출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다. 2018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에서 한국의 26년 만의 우승을 이끈 김진영은 국내 무대에서 경희대에 2018, 2020년 전국대학통합선수권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지난해 처음 성인 국가대표로 발탁된 뒤 올해 초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득점 8위(6경기 39점)에 올라 ‘국제 유망주’로도 주목을 받았다. 최근 스페인 현지 언론에서도 아데마르 레온이 전력보강을 위한 카드로 국제 유망주 김진영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경희대 4학년 재학생인 김진영은 당초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등 소속팀의 주요 일정이 남아 졸업 후인 내년 2월 입단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전국체전이 고등부 경기만 치러지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자 대학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김진영의 유럽무대 조기 진출을 돕기로 했다.

대학생 신분으로 국내 실업무대를 거치지 않고 유럽으로 향하는 건 1996년 경희대 졸업 직후 독일 굼머스바흐와 입단 계약을 맺은 윤경신 이후 25년 만의 일이기도 하다. 김만호 경희대 감독은 “유럽 선수들과 비교할 때 체구(184cm, 80kg)가 호리호리하지만 ‘통통 튄다’고 표현할 정도로 탄력(서전트 점프)이 좋고 스피드가 빨라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본인의 유럽진출 의욕이 강했던 만큼 성장을 위한 좋은 경험이 될 거다”라고 말했다.

김진영의 소속팀이 될 아데마르 레온은 1부 16팀 중 꾸준히 상위권을 다투는 리그의 강호다. 지난달 개막해 3라운드까지 치러진 올 시즌도 28일 현재 2승 1패로 4위에 올라있다. 리그 내에서 상위권에 꾸준히 오르면서도 유망주들을 잘 키워 독일, 프랑스 등 유럽 내 수준 높은 리그로 진출시키는 데도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진영은 “아직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아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큰 무대에서 유럽 선수들과 경기를 치르며 성장해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배중 기자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