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렙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회사에서 충실히 따라 하는 지혜들 중에 내 삶에 도움이 되지만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회사를 위해서는 열심히 일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삶을 돌보지 않는 직장인들도 있다. 직장에서 우리가 하는 노력을 내 삶을 위해서도 써보면 어떨까? 그런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 회계연도가 12월에 끝나는 기업은 10월이면 이미 새해 계획을 끝냈을 것이다. 내년에는 무엇을 얼마나 성취할 것이며,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자원은 얼마나 필요할지 등에 대해 계획을 마쳤을 것이다. 나를 위한 계획은 어떨까? 12월 31일까지 미룰 필요가 있을까? 연말에 하루 동안 새해의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 더위가 끝나고, 마지막 4분기가 시작되는 지금이 내년도 내 삶의 계획을 세우기 딱 좋은 시기 아닐까? 새해에는 어떤 성취를 하고 싶은지, 무엇을 새로 배우고 시도해보고 싶은지, 올해 했던 것 중 어떤 것은 지속하고 싶은지, 무엇은 그만하고 싶은지, 그리고 나에게 필요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나 도움은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보면 어떨까? 좋아하는 카페에서 노트를 펴고 나만의 생각을 정리해보자.
둘째, 기업은 매주, 매달 정기적으로 업무 성과와 진행상황을 돌아본다. 회사 일과는 별개로 우리는 자기만의 ‘프로젝트’가 있다. 가족들과 시간 보내기에서부터 운동, 취미활동이나 개인적인 공부까지. 하지만 바쁜 회사 일에 집중하다보면 개인 프로젝트들은 우선순위가 자주, 그것도 오랫동안 밀리곤 한다. 그래서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뭔가 열심히 일했지만, 나에게는 정작 남는 것이 없는 허탈감이 찾아오기도 한다.
셋째, 자원 배분이다. 기업은 갖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분배하여 자신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한다. 개인에게도 돈과 시간, 활용할 수 있는 주변의 도움 등 한정된 자원이 있다. 나는 갖고 있는 자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있고, 이를 내 인생 목표 달성을 위해 적절하게 계획하고 활용하고 있는가? 파괴적 혁신으로 유명한 경영학자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1952∼2020)는 경영학 이론을 개인의 삶에 적용한 책 ‘하버드 인생학 특강’에서 “피와 땀과 눈물을 투자할 장소에 대해 내리는 결정이 스스로 되고자 갈망하는 사람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결코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할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회사에서 일할 때 우리는 항상 마감일을 생각하고, 그로부터 역순으로 이번 주, 이번 달에 해야 할 일들을 해 나간다. 이는 “끝을 생각하며 일을 시작하라”라는 스티븐 커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나오는 조언과도 연결된다. 현재 다니는 직장과 직책도 끝이 있고, 월급 받는 생활도 끝이 생각보다 빨리 다가오기 마련이다. 건강하게 활동적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시간도 끝이 있다. 그 끝이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고, 그런 원하는 모습을 위해 오늘과 올해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회사에서 따르는 지혜를 회사만 위해 쓰지 말고, 이제는 내 삶을 위해 좀 써보면 어떨까?
김호 더렙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