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27일부터 법 시행
내년부터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일하다 사망하거나 1년에 3명 이상 급성중독, 열사병 등에 걸리면 경영책임자가 처벌받게 된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는 처벌 대상인 경영책임자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28일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의결했다. 내년 1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상의 문제로 발생한 사망, 부상, 질병을 중대재해로 보고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형을 내리는 게 골자다.
시행령 제정안은 우선 직업성 질병으로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급성중독, 보건의료 종사자가 겪는 B형 간염, 열사병 등 24개를 열거했다. 한 사업장에서 1년 동안 3명 이상의 근로자가 동일한 유해 요인에 따라 이들 질병을 앓게 되면 중대 산업재해로 인정된다. 다만 노동계가 요구해온 뇌심혈관계 질환, 근골격계 질환, 암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만약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이 이 같은 의무 조치를 지키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 경영책임자가 징역형 등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경영책임자의 구체적인 범위는 끝내 시행령에 담기지 않았다. 그동안 경영계에서는 처벌 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가 본사 대표인지, 계열사 대표인지, 안전보건 대표인지 모호해 현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근로계약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도 비슷한 혼란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배달기사가 산재사망사고를 당했을 경우 플랫폼 업체, 배달대행 업체 중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호하다. 고용부 관계자는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배달시간이나 배달경로 등을 관리한 경우 중대 산업재해의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배달기사들의 계약관계가 복잡한 만큼 구체적인 사안마다 달리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중대재해법의 불명확성이 시행령에서도 구체화되지 못해 향후 법 집행 과정에서 자의적 해석 등 많은 혼란과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정부가 40일간 노사단체 의견을 수렴했지만 노동계 의견은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며 “껍데기뿐인 법으로는 노동현장의 안전보건 문제를 개선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