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2단지 아파트에서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16.8.10/뉴스1 © News1
29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국에서 리모델링조합설립을 마친 아파트는 85개 단지(6만4340가구)다. 2020년 12월 54개 단지(4만551가구)와 비교하면 8개월 만에 60% 이상 늘었다. 추진위원회 설립 후 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사업 기간도 짧고 개발이익 환수나 기부채납 등 규제에서도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어서다. 1990년대 전후로 지어진 용적률 200%대 중층 아파트에서도 사업 추진 논의가 활발하다.
부동산 상승장까지 겹치면서 아파트 가치를 올리는 것이 리모델링 주목적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 사이에선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A 건설사 관계자는 “강남 같은 서울 주요 단지에선 돈을 더 들이더라도 신축 아파트 수준으로 고급화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다”고 설명했다.
업계도 리모델링 수주를 위해 다양한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GS건설이 지난 2018년 수주한 강남구 청담건영 아파트는 고급화 전략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첫 리모델링 단지로 거론된다. 최상층 스카이브리지 특화설계, 고급 커뮤니티 시설 등 다양한 고급화 방안이 적용됐다.
건설사들은 사업 수주를 위해 최신 주거 트렌드를 반영한 고급화 전략을 내걸었다. 마감재 고급화는 물론이고 커뮤니티 시설 확충,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시스템 적용, 내·외부 디자인 특화 등이다. B 건설사 관계자는 “주차장을 지하화하면 활용 공간이 넓어져 리모델링이라도 외관이나 조경에 힘을 실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서울 용산구 이촌 현대맨션. (자료사진) © 뉴스1
C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 신축 아파트 층고는 2.5미터가량 되는데, 당초 높이가 2.2미터 정도인 구축 아파트에서 리모델링을 진행하면 스프링클러 설치 등으로 더 낮아지게 된다”며 “대형 평수가 아니면 앞뒤로 면적을 붙이는 과정에서 평면이 찌그러지기도 하고, 내력벽 철거가 어려워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이 재건축 대안으로 급부상한 만큼 향후 재건축 규제가 풀리면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에 리모델링 사업이 유행했지만, 완공된 곳은 20곳도 되지 않는다”며 “고육지책으로 리모델링을 택했던 단지들은 선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도 유의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