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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부대 농축산물 납품 ‘경쟁입찰’ 추진에 반발 확산

입력 | 2021-09-30 03:00:00

국방부, 수의계약 방식서 변경 추진
전국 농축산물군납조합장 성명 발표
“대기업-수입업자 위한 전환될 것… 저가경쟁 인한 급식 질 저하 우려”



이중호 춘천철원화천양구축협 조합장(왼쪽에서 세 번째) 등 전국 축산물 군납조합협의회 소속 조합장들이 29일 국방부 앞에서 군 급식의 경쟁입찰 전환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 뒤로 강원도내 농민단체들이 보낸 조화들이 세워져 있다. 춘천철원화천양구축협 제공


국방부가 군 장병의 식자재 조달 체계를 기존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 방식으로의 변경을 추진하는 데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 축산물군납조합협의회와 전국 농산물군납조합협의회 조합장들은 29일 국방부 앞에서 성명을 통해 “대기업 식자재 업체와 축산물 수입업자를 위한 군 급식의 경쟁입찰 전환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축산농가를 통한 군납 조달 체계는 100% 국내산으로 품질과 위생·안전이 보장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지만 경쟁입찰을 통해 유통업체 위주의 조달체계로 변경될 경우 외국산 공급은 물론이고 품질과 위생·안전이 보장될 수 없다”며 “국방부가 경쟁입찰 전환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군 장병과 농가 입장에서 개선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문제가 된 군 급식 부실의 주요 원인은 군 조리시스템과 배식 관리의 문제임에도 국방부는 마치 군 급식 경쟁입찰 전환이 장병들을 위한 제도 개선인 양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며 “국방부가 농가의 목소리를 계속 외면하면 거대한 농민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농축산물 군납이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되면 저가경쟁에 따른 급식 질 저하와 지역 농축산물의 제외를 우려하고 있다. 경쟁입찰은 수익성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낮은 품질의 제품 및 외국산 공급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춘천철원화천양구축협에 따르면 실제로 국방부가 최저가 입찰 도입을 목적으로 진행한 4개 대대의 하반기 시범 급식 입찰공고의 현품설명서 확인 결과 축산물의 경우 부위별로 수입 국가를 지정해 외국산 납품을 요구했다. 돼지고기 일부 품목의 원산지는 스페인 미국 프랑스로 지정됐고 쇠고기 원산지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로 지정돼 있다.

군 급식 경쟁입찰에 대해서는 농민과 지방자치단체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춘천철원화천양구축협의 군납 농가를 중심으로 한 농민들은 10∼29일 국방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이에 앞서 강원도 시장·군수협의회는 9일 화천에서 열린 정례회에서 국방부의 경쟁입찰 도입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협의회는 “지역산 군납 식재료로 훌륭한 식단을 장병에게 제공하는 군부대가 훨씬 많은데도 조달체계를 바꾸려는 것은 군 내부 관리시스템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중호 춘천철원화천양구축협 조합장은 “농축산물의 군납은 일반 급식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며 “장병들의 건강과 군납 농가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현재와 같이 농축협과의 수의계약 방식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올 들어 일부 부대에서 부실 급식 파동이 이어지자 5월 장병 급식·피복 모니터링단을 출범시키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고 7월 학교급식시스템을 벤치마킹한 장병급식 전자조달시스템의 단계적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