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학생 부족으로 임시 휴교 후 대구 외곽 금호지구에서 재개교 “주입식 교육이 미래 도움 안된다” 교장-교사들 똘똘 뭉쳐 탐구수업 소심한 학생도 적극적으로 변해
28일 대구 북구 사수동 삼영초교 6학년 2반 교실에서 정승아 담임교사와 학생들이 국제바칼로레아(IB) 교육 프로그램 ‘지구촌 협력’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16일 대구 북구 사수동 삼영초교 3학년 2반 교실. 국제바칼로레아(IB) 교육 프로그램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생활 모습’을 주제로 한 수업이 한창이었다. 교실은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벽면에는 학생들이 수업 과정에서 직접 만든 미술 작품과 그림일기, 감상문 등이 가득했다. 박광수 담임교사가 “우리의 생활에 대해 칠판에 써볼까”라고 하자 학생들이 우르르 나와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적었다.
박 교사가 이어 “취미 말고 또 어떤 일상이 있을까”라고 물었다. 학생들이 너도나도 먼저 발표를 하겠다며 “저요”를 외쳤다. 그는 “IB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들의 적극성이다.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성장하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이 실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영초교가 최근 IB 월드스쿨 인증을 받았다. 전국 공립 가운데 처음이다. 특히 다른 지역보다 좋지 않은 교육 여건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위스에 본부가 있는 비영리 교육재단인 국제바칼로레아기구(IBO)가 1968년 만든 IB 월드스쿨 교육 과정은 핵심 개념 이해 및 탐구학습 활동을 통해 자기 주도 성장을 추구한다.
이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삼영초교가 IB 월드스쿨 인증을 받은 것은 구성원들의 확고한 도입 의지 덕분이다. 북구 노원동에 있었던 삼영초교는 2015년 학생 부족으로 임시 휴교했다가 2018년 지금의 위치에 다시 개교한 아픔이 있다.
재개교한 이 학교에 처음 부임한 황정하 교장과 교사들은 주입식 교육이 학생들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공감했다. 황 교장은 “학생들이 주도하는 탐구 수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교사들이 똘똘 뭉쳐 IB 교육 도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2018년 11월 IB 관심학교로 시작한 삼영초교는 2년 9개월여 만인 지난달 18일 월드스쿨 인증을 받았다. 조원호 교사는 “동료 교사들이 2년간 주말을 반납하면서 IB 교육을 익혔고 영문 원서를 직접 해석하며 연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현장 평가를 나온 IB 본부 관계자들도 교사들의 열정을 높게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컨설팅에서는 수업 관찰과 교육 공동체 인터뷰, 학교 환경 전 분야에서 ‘우수’ 평가를 받았다. 신선혜 대구시교육청 장학사는 “삼영초교는 IB 교육을 본격 도입하기 전부터 먼저 자체 추진해 열정이 남달랐다. 우수 도입 사례로 전국에서 비결을 묻는 전화가 많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IB 교육에 만족도가 높다. 김연실 씨(43·여)는 “수업 시간에 손 한번 못 들던 아이가 적극적인 성격으로 완전히 변했다”고 했다.
대학 입시 프로그램도 만든다. IB 담당 대입지원관을 영입해 국내외 대입 제도를 분석하고 대학별 입시 전략을 연구한다. 강은희 교육감은 “IB 교육은 50여 년간 전 세계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목표를 달성하고 희망찬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