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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1억원 챙기곤 백지 작품 낸 덴마크 미술가

입력 | 2021-09-30 03:00:00

옌스 호닝 “예술가 처우 풍자”
미술관 “계약 위반… 고소할 것”




덴마크 미술가 옌스 호닝(56·사진)이 작품 제작을 위해 미술관으로부터 약 1억 원의 돈을 먼저 받은 후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캔버스를 제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호닝은 텅 빈 캔버스 또한 작품이며 예술가의 낮은 처우 및 열악한 노동 조건을 풍자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지만 미술관은 엄연한 계약 위반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28일(현지 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그간 권력, 불평등 등의 주제에 천착해온 호닝은 덴마크 북부 올보르의 쿤스텐 현대미술관으로부터 8만4000달러(약 1억 원)의 돈을 받고 ‘덴마크와 오스트리아 국민의 연평균 소득’을 주제로 한 작품 2점을 계약했다. 호닝은 2007년과 2011년에도 액자 안에 실제 지폐를 빼곡히 채운 형태의 작품을 선보였다. 호닝과 쿤스텐 미술관은 이번에도 당시와 유사한 방식으로 액자 안에 지폐를 넣어 두 나라 국민의 연평균 소득을 비교하는 작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미술관이 지급한 작품비의 대부분은 액자 안에 들어갈 지폐 비용이다.

지난주 호닝은 미술관에 ‘돈을 갖고 튀어라(Take the Money and Run·사진)’란 제목이 붙은 텅 빈 캔버스 2점만 보냈다. 그는 덴마크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예술가의 낮은 처우를 고발하기 위해 처음부터 빈 캔버스를 보낼 계획이었음을 밝혔다. 그는 “이것은 절도가 아니라 계약 위반”이라며 “위반 또한 내 작업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미술관 측은 일단 텅 빈 캔버스를 당초 예정대로 내년 1월까지 전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소송을 통해서라도 호닝에게서 돈을 받아내겠다고 밝혔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