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논란]정영학, 檢에 녹취파일-사진 제출
남욱 변호사가 대표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화천대유자산관리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사무실. 검찰은 29일 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6층 검사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의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변호인과 함께 출석해 검사에게 자료를 건넸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를 포함한 주요 사업 관계자와의 대화 녹취파일과 휴대전화 통화 녹음파일, 사진 등이었다.
여기에는 2010년 대장동 개발 사업을 설계하고, 2015년 화천대유를 민간 개발 사업자로 선정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52)가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담긴 사진과 녹취파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금품 수수 의혹’ 사진과 대화, 통화파일 제출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대화 녹취파일은 대부분 김만배 씨와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정 회계사 세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를 녹음한 것이었다고 한다. 녹취파일에는 ‘천화동인 1∼7호’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가늠할 수 있는 발언도 있다고 한다. 천화동인 1∼7호는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 뜰’에 투자해 최근 3년 동안 각각 577억 원, 3460억 원을 배당받았다. 천화동인 1∼7호의 소유주가 모두 화천대유 대주주 김 씨의 가족이거나 지인인 것으로 드러나 ‘실소유주’ 논란이 일었다.
정 회계사는 검찰 수사팀에 10쪽 분량의 자필 진술서도 제출했다고 한다.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의 금품 로비 등을 일부 시인하는 일종의 ‘자수서’였다고 한다. 정 회계사는 같은 내용의 진술서를 여러 장 작성해 지인들에게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인들에게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 진술서를 공개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 ‘600억 원대 배당’ 정영학은 왜 녹취 제출했나
정 회계사의 제보는 검찰 수사팀이 29일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 천화동인 등 1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직무대리가 화천대유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제보의 진위를 수사 중인 검찰은 민간 사업자 선정 과정, 민관의 이익금 배분 과정에서의 불법 특혜 여부를 규명할 방침이다. 사업 초기부터 화천대유에서 일해 왔던 정 회계사의 진술은 화천대유의 자금 흐름, 이익 배당금의 최종 용처를 규명할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기자회견에서 계좌추적 대상 명단 15명을 포함시킨 것도 정 회계사 측으로부터 넘겨받은 제보를 토대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제출한 자료가 공개되면 대장동 개발 의혹의 윗선이 누구인지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핵폭탄급 위력을 가진 자료”라고 말했다. 다만 금품 로비 사건 수사는 사진이나 녹취파일만 갖고는 입증이 쉽지 않은 만큼 검찰의 수사 의지 등에 따라 그 파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