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논란] 대장동 사업계획서 쓴 정영학에게서 녹음파일 등 10여건 입수, 진위 수사 김만배-남욱과 수익배분 논의 내용도… 화천대유-천화동인 사무실 압수수색 유동규-김만배-남욱 자택도 포함
‘대장동 개발 의혹’ 화천대유 등 압수수색 검찰이 29일 오후 경기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은 이날 화천대유를 포함해 성남도시개발공사 등 사무실과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 및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계획을 설계하고,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를 민간사업자로 선정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사진)가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 등이 담긴 사진과 녹취파일을 검찰이 입수해 진위를 수사 중인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자료에는 유 전 직무대리의 금품 수수 의혹이 있는 사진과 녹취파일이 포함되어 있다. 이 파일에는 유 전 직무대리가 화천대유 측 누구로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 금품을 받았는지가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고 한다. 또 정 회계사가 김 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등이 화천대유 수익금 배분을 논의하는 내용과 유 전 직무대리의 실소유 의혹이 제기된 유원홀딩스와 관련된 내용 등도 녹취파일에 들어 있다고 한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의 김태훈 4차장검사를 팀장으로 검사 17명 규모의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을 구성했다. 검찰은 압수품 분석이 끝나는 대로 금품 로비와 관련해 주요 관계자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김만배-남욱-정영학 녹취에 수익 배분-금품 로비 내용 담겨”
정영학, 檢에 녹취파일-사진 제출여기에는 2010년 대장동 개발 사업을 설계하고, 2015년 화천대유를 민간 개발 사업자로 선정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52)가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담긴 사진과 녹취파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천대유가 2015년 대장동 개발 공모에 참여했을 때 사업계획서를 직접 작성하는 등 사업을 주도했던 정 회계사는 총 644억여 원의 배당금을 받은 이 회사의 핵심 내부 관계자였다. 그런 정 회계사가 내부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한 것이다. 유 전 직무대리 등에 대한 배임 혐의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되기 하루 전의 일이었다.
○ ‘금품 수수 의혹’ 사진과 대화, 통화파일 제출
정 회계사는 유 전 직무대리가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면서 증거 사진 몇 장을 검찰에 제출했다고 한다. 이 사진에는 유 전 직무대리가 화천대유 측과 또 다른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의심할 만한 단서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계사가 검찰에 낸 10여 건의 녹취파일에도 화천대유가 금품을 누구에게 어떤 경위로 전달했는지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고 한다.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으로 유 전 직무대리 밑에서 민간 사업자 선정에 관여했던 정민용 변호사 관련 내용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대화 녹취파일은 대부분 김만배 씨와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정 회계사 세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를 녹음한 것이었다고 한다. 녹취파일에는 ‘천화동인 1∼7호’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가늠할 수 있는 발언도 있다고 한다. 천화동인 1∼7호는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 뜰’에 투자해 최근 3년 동안 각각 577억 원, 3460억 원을 배당받았다. 천화동인 1∼7호의 소유주가 모두 화천대유 대주주 김 씨의 가족이거나 지인인 것으로 드러나 ‘실소유주’ 논란이 일었다.
○ ‘600억 원대 배당’ 정영학은 왜 녹취 제출했나
남욱 변호사가 대표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화천대유자산관리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사무실. 검찰은 29일 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남 변호사와 2009년부터 12년 가까이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해 온 동업자 정 회계사가 돌연 동업자들을 내부 고발한 이유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회계사가 최근 대장동 개발 사업의 배당금 배분을 놓고 동업자인 남 변호사 등 화천대유 관계자들과 갈등을 빚었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대장동 사업 추진 과정을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천화동인의 배당금은 비율이 정해져 있었지만 화천대유가 주택사업으로 올린 3000억 원에 이르는 수익금은 달랐다”면서 “이면합의가 있었거나 처음에 정해진 수익금에 대한 불만이 생겼을 수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기자회견에서 계좌추적 대상 명단 15명을 포함시킨 것도 정 회계사 측으로부터 넘겨받은 제보를 토대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제출한 자료가 공개되면 대장동 개발 의혹의 윗선이 누구인지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핵폭탄급 위력을 가진 자료”라고 말했다. 다만 금품 로비 사건 수사는 사진이나 녹취파일만 갖고는 입증이 쉽지 않은 만큼 검찰의 수사 의지 등에 따라 그 파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