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베를린 모터쇼서 첫 등장 올해 IAA행사서 콘셉트카 선보여 향후 SUV 전기차 모델 출시 계획도 탑승자 맞춤형 지능화 서비스 제공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날 행사에서는 많은 자동차 업체가 그동안 공개하지 못했던 차와 신기술을 관람객 앞에 선보였다. 그런데 신생 업체가 내놓은 대형 고급 승용차가 관람객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사로잡았다. 두 개의 M자를 겹쳐 세모꼴 틀 안에 넣은 로고가 라디에이터 머리에 붙은 그 차의 이름은 22/50hp였다. 차를 내놓은 회사의 이름은 마이바흐 모토렌바우(Maybach-Motorenbau)였다.
100년 전 베를린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마이바흐의 첫 차 22/50hp.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브랜드는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처음 마이바흐가 소비자를 만났던 베를린 모터쇼는 이제 개최지가 프랑크푸르트로 바뀌었다. 올해에는 처음으로 뮌헨에서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행사의 성격과 이름도 달라졌다. ‘국제 자동차 전시회’라는 뜻의 독일어 머리글자인 IAA는 그대로지만, 이제는 글자 자체가 고유명사처럼 되어 행사 이름이 IAA 모빌리티가 되었다. 아울러 다양한 형태의 이동수단과 관련 기술이 전시되는 등 자동차는 행사의 중심이 아니라 일부가 되었다.
최근까지 마이바흐의 혈통을 이은 브랜드의 차들은 전통적인 세단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소유자의 재력과 권력을 드러낼 수 있는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스타일이 시장에서 가장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럭셔리 승용차 소비자들은 과거에 비해 재력이나 권력을 얻은 과정과 방식이 다양한 데다 라이프스타일의 스펙트럼도 넓다. 연령대의 폭도 보다 넓어졌다.
이와 같은 변화를 반영해 우리나라에서도 올해부터 처음으로 양산형 SUV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가 판매를 시작한다. 100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SUV라는 장르는 최근 들어서야 럭셔리 브랜드들이 내놓기 시작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의 SUV 출시가 아주 이른 편은 아니지만, 소비자의 변화를 읽고 그들의 요구에 맞춰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콘셉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 마이바흐 브랜드의 기술적 변화를 예고하는 콘셉트카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가 현재 판매 중인 모델들은 모두 가솔린 엔진, 즉 전통적 내연기관을 동력원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새로 나올 차들은 전기 모터와 배터리로 움직이는 순수 전기 모델이 될 것이다. 앞서 선보인 여러 콘셉트카와 더불어, 이번에 선보인 콘셉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도 그와 같은 브랜드의 발전 방향을 알리는 의미가 크다.
물론 지난 100년간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당대 소비자들이 자동차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안락함과 편리함, 멋과 여유를 제공한다는 철학이다. 콘셉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의 실내는 보고 느끼기에 풍요롭고 우아한 디자인, 색과 재질,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는 섬세한 세부 처리 등이 돋보인다.
콘셉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의 실내 모습. 첨단 기술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가득하다.
한편, 과거에는 단순히 자동차가 사람들과의 교류를 위한 도구로 쓰였다면 지금은 자동차가 사람들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럭셔리 승용차 소비자들은 그런 경우가 많은데, 메르세데스마이바흐는 이들의 인적 교류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클 오브 엑설런스(Circle of Excellence)’라는 이름의 이 프로그램은 메르세데스마이바흐 소유자들이 서로 같은 관심사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브랜드 경험을 통해 자동차의 소유가 사회적 관계로 발전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바뀌기 마련이다. 지난 100년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람의 생활이나 경험과 관계되어 달라지지 않은 점을 찾기 어렵다. 사회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변화를 겪어온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외형, 기술과 같은 유형의 가치가 변하더라도 럭셔리 승용차는 타는 이에게 최상의 이동 경험과 소유의 만족감을 준다는 무형의 가치를 지켜나가고 있다. 100년의 역사를 이어온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브랜드의 차들을 보면서 럭셔리 브랜드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