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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화성-8형’ 사거리 4000㎞ 이를 수도”…수년내 개발 마칠듯

입력 | 2021-09-30 13:42:00

북한이 지난 28일 시험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극초음속 활공체(HGV) 탑재 미사일) ‘화성-8형’. 미사일 추진체는 1단이며, 탄두부의 활공체엔 3~4개의 날개가 붙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선 헌트 트위터) © 뉴스1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극초음속 활공체(HGV) 탑재 미사일) ‘화성-8형’ 개발을 완료할 경우 최대 사거리가 수천㎞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돼 주목된다.

오스트리아 빈 소재 민간 연구단체 오픈뉴클리어네트워크(ONN)는 30일 북한이 관영매체에 공개한 시험발사 현장 사진을 근거로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KN-17)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KN-20)과 같은 ‘3·18혁명엔진’이 ‘화성-8형’에 탑재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3·18엔진’은 북한이 1990년대 말부터 20년 가까이 연구·개발에 매진해 만든 액체연료 추진 방식의 로켓엔진으로서 주엔진을 4개의 보조엔진(버니어엔진)이 에워싸고 있는 형태로 돼 있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극초음속 활공체(HGV) 탑재 미사일) ‘화성-형’(왼쪽)과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의 로켓 엔진 배기구 (JSF 트위터 캡처) © 뉴스1

북한은 2017년 3월18일 이 엔진의 연소시험에 성공한 뒤 ‘화성-12형’과 ‘14형’ 미사일의 1단 추진체 엔진으로 사용 중이다.

북한이 29일 공개한 ‘화성-8형’ 발사 사진에서도 기존 ‘화성-12형’ 등과 마찬가지로 주엔진과 주변의 보조엔진으로 구성돼 있는 추진체 배기구 형상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도 “화성-8형의 추진체가 12·14형과 유사해 보인다”도 설명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공개한 이동식 발사대(TEL) 차량이 찍혀 있지 않아 “화성-8형의 정확한 크기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화성-12형(길이 17.4m·지름 1.65m)의 사거리는 탄두중량 500㎏ 기준으로 약 4500㎞, 화성-14형(길이 19.8m·지름 1.85m)은 탄두중량에 따라 최대 1만㎞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28일 화성-8형을 쏜 직후엔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봤다. 군 당국의 초기 탐지 값에선 화성-8형의 비행고도가 30㎞ 미만, 비행거리는 200㎞ 미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엔진과 보조엔진이 함께 있는 화성-8형 엔진 배기구 형상을 봤을 땐 “비행거리 200㎞는 너무 짧다”는 게 대북 관측통과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미국 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 뉴스1

이에 대해 한 관측통은 북한의 ‘화성-8형’ 시험발사가 이번이 처음이란 이유로 “‘풀 스펙’(full spec)으로 발사한 게 아니라 각 부분이 제대로 기능하는지만 실증하는 수준이었을 것”이라며 고도나 비행거리를 의도적으로 줄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HGV 탑재 미사일은 탄도미사일처럼 로켓 추진체를 이용해 목표 고도까지 상승한 뒤엔 탄두가 실린 활공체가 분리돼 목표물을 향해 활공하면서 날아간다. 따라서 연료량을 줄여 추진체 엔진을 일찍 꺼뜨리면 전체 비행거리도 짧아지게 된다.

대북 관측통은 “화성-8형의 추진체가 12형과 같다면 북한에서 쐈을 때 태평양 괌까지도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화성-8형의 비행거리가 200㎞ 수준이었단 초기 탐지 값에 근거해 “발사에 실패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북한 국방과학원은 이번 시험발사에서 “목적했던 모든 기술적 지표들이 설계상 요구에 만족됐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극초음속 활공체(HGV) 탑재 미사일) ‘둥펑-17’(DF-17.아래)과 북한의 ‘화성-8형’ (JSF 트위터) © 뉴스1

미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제임스마틴 동아시아 비확산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도 “추진체로부터 분리된 활공체가 초저공으로 날았다면 레이더 탐지각을 벗어났을 수 있다”며 ‘화성-8형’의 실제 비행거리가 200㎞를 웃돌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 측은 화성-8형의 비행거리·고도 등 세부 제원을 공개하지 않았고, 우리 군 당국도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란 입장만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화성-8형’에 대해 “개발 초기단계로서 실전배치까진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했으나, 관측통들로부턴 그 시기가 “수년 내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관측통은 “북한이 이달 11~12일 시험 발사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에 대해 2년 전부터 개발해왔다고 밝혔듯, 화성-8형 개발도 몇 년 전에 시작됐을 것”이라며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당 대회 때 그 개발을 얘기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미국 육군의 ‘고등 극초음속 무기’(AHW) 활공체에 대한 최적 설계 분석 (중국 공기역학학보) © 뉴스1

북한은 올 1월 김정은 총비서 주재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 당시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HGV) 개발 도입 등의 내용이 포함된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조셈 뎀시 연구원도 북한이 2017년에 ‘화성-15형’(KN-22)이란 이름의 ICBM을 선보였단 점에서 “‘화성-8형’ 개발은 그 이전에 시작된 것일 수 있다. 어쩌면 개발이 도중에 중단됐다가 재개된 것인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북한이 HGV 관련 기술을 입수한 경위도 개발 수준만큼이나 의문 투성이다. 일각에선 중국이나 러시아를 그 출처로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대북 관측통은 “중국의 HGV 미사일 ‘둥펑-17’(DF-17)과 비교했을 때 전체 비율 면에서 ‘화성-8형’의 추진체 비율이 활공체보다 커 보인다”며 중국과는 다른 기술로 개발했을 가능성을 점쳤다.

미국 육군의 ‘고등 극초음속 무기’(AHW) 탑재 미사일 시험발사 (미 육군) © 뉴스1


관측통은 “활공체의 형상은 ‘둥펑-17’보다는 오히려 미국의 ‘고등 극초음속 무기’(AHW·Advanced Hypersonic Weapons)와 비슷할 것 같다”고 전했다.

AHW는 미 육군이 2011년 11월 실증실험(비행거리 3700㎞)에 성공한 장거리 HGV로서 핵탄두가 아닌 재래식 탄두를 탑재한다. 반면 북한은 화성-8형을 “전략무기”로 소개하며 핵 투발수단으로 개발 중임을 숨기지 않았다. AHW엔 4개, 화성-8형의 활공체엔 3~4개의 날개가 달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은 이미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과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 KN-24 개발을 통해 극초음속 분야에 대한 기술을 축적해왔다는 이유로 이번 화성-8형 개발에 대해 “놀랄 일은 아니다”(안킷 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