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새 일본 총리에 취임하는 자민당 총재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외상이 선출되면서 임기 말 한일관계 복원을 위해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기시다 총재는 일본 자민당 내에서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온건파로 분류된다. 하지만 한일 갈등의 원인인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에서는 아베 신조 전 총리,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마찬가지로 “한국이 먼저 해결책을 가져와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30일 기시다 총재 선출에 대해 “우리 정부는 새로 출범하게 될 일본 내각과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재차 내놓았다.
관건은 시간이다. 문 대통령 임기가 7개월 남은 시점에서 한일관계에 획기적 진전의 돌파구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이 11월 중의원 선거, 내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기시다 총재가 당분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과 경기 부양 등 국내 현안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청와대 참모는 “단기간에 한일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보다는 꾸준히 외교적 대화를 해 나갈 수밖에 없다”며 “스가 총리와 달리 임기가 보장된 만큼 오히려 연속성 있게 대화해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4일 기시다 총재가 공식적으로 총리에 취임하면 문 대통령의 축전을 비롯해 정상 통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