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변이, 어디까지 갈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선택압의 영향으로 바이러스의 양을 늘려 감염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변이했다. 사진 속 동글동글한 개체들이 증식한 코로나19 바이러스들이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궤도에 오르면서 30일 0시 기준 1차 접종률은 76%, 접종 완료자 비율은 49.0%에 이른다. 하지만 확진자 규모는 매번 요일별 최다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80%를 넘는 싱가포르나 최초로 추가접종(부스터샷)을 시작한 이스라엘 등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확진자 규모가 수그러들지 않는 핵심 원인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감염력이 월등한 델타 변이(인도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확진자 급증세가 꺾이지 않는다.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와 개인 면역 시스템에 의해 ‘선택압’을 받으며 변이하고 있으며 선택압은 점점 더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체내에서 바이러스 증식이 쉬운 백신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변이가 발생해 백신을 무력화하는 형태로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거리두기·치료제라는 선택압으로 변이 등장
선택압은 생물들이 서식처에서 살아남도록 만드는 압력이다. 생존에 유리한 형질을 갖는 개체의 선택적 증식을 유도하는 생물적, 화학적, 물리적 요인을 모두 포괄한다. 바이러스학자인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는 “바이러스는 어떤 방향성을 갖고 변이한다기보다 선택압이 가해지면 변이 확률이 늘어나고, 여러 방향으로 변이한 바이러스 중 생존에 유리한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 중증 환자에게 사용하는 혈장 치료법이나 렘데시비르를 장기적으로 투여한 환자에게 변이가 더 자주 일어나는 것도 치료제라는 선택압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바이러스의 양을 늘리는 방향으로 변이했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돈 밀턴 미국 메릴랜드대 공중보건대 교수팀은 영국 유래 알파 변이가 기존 바이러스보다 43∼100배 더 많이 증식했다는 분석을 국제학술지 ‘임상감염병’ 9월 16일자에 공개했다. 앞서 7월에는 루징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연구원팀이 인도 유래 델타 변이가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1000∼1260배 더 많이 증식했다는 분석을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에 발표했다.
바이러스량 증가는 공기전파 가능성과 독성을 높인다. 코나 입을 통해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양이 자연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밀턴 교수는 “변이들은 계속해서 공기를 통해 전염시키는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바이러스가 빨리 늘어나면 그만큼 숙주세포에서 다른 장기들로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는 속도도 빨라져 독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새로운 선택압은 ‘백신 접종률’… 미접종자 빨리 줄이는 게 관건
게티이미지코리아
전문가들은 백신 미접종자를 빠르게 줄여 변이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 교수는 “변이는 바이러스 증식이 일어날 때만 발생한다”며 “백신을 맞게 되면 증식되는 양이 줄어들게 된다”고 했다. 면역 회피 능력을 가진 변이에 대한 빠른 대응도 필요하다. 송 교수는 “백신 접종과 함께 효능을 떨어뜨리는 변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