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비밀 노트]요가 소설집 낸 작가 김혜나 스스로 고통-감정 관조하는 힘 배워… 소설속 인물 내면 묘사에 큰 도움 초심자 수련시간 30분부터 시작… 손발 찬분 ‘파스치모타나사나’ 추천
소설가 김혜나가 요가하는 모습. 김혜나 씨 제공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구부정한 자세로 글을 쓰는 게 일상인 소설가들 사이에선 ‘신경통’ ‘안마기’ ‘운동’ ‘요가’ 등이 주된 대화 소재다. 여느 때처럼 동료 작가들과 ‘틀어진 골반’ 따위를 주제로 얘기를 나누던 소설가 김혜나(39)의 머릿속에 ‘요가를 주제로 소설을 쓰면 작가들이 할 말이 많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등단 전 습작생 시절부터 꾸준히 요가를 해 ‘요가 지도사’ 자격증까지 보유한 요가 ‘덕후’. 그를 비롯해 김이설, 박생강, 박주영, 정지향, 최정화 등 6명의 작가가 요가를 소재로 쓴 단편을 모아 소설집 ‘세상이 멈추면 나는 요가를 한다’(은행나무)를 펴냈다.
20대 초반 위장장애 치료와 다이어트를 위해 요가를 시작한 그는 지친 마음이 달래지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등단 전 식당 아르바이트와 글쓰기를 병행하는 기간이 길어지며 우울증까지 앓았던 그는 요가 수련을 하며 ‘소설가가 되는 것보다 나로서 존재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09년 요가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이듬해 마침내 등단의 꿈을 이뤘다. 그는 요가의 어떤 점에 매료됐을까. 김혜나를 지난달 29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요가 동작이 어떻게 마음 수련으로 이어지나.
―요가 루틴이 있나.
“매일 오전 7∼9시 집에서 아슈탕가 요가를 한다. 요가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수련시간을 30분부터 시작해 체력과 근력에 따라 서서히 늘리는 걸 추천한다.”
―요가가 소설가 김혜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나.
“인물의 내면을 더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요가에서 배웠다. 스스로의 고통과 감정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관조하는 힘이 인물의 내면 묘사에 큰 도움이 된다. 요가를 배운 뒤 인물의 생김새, 성별 등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 너머의 내적인 부분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걸 체감한다.”
“그런 게 딱히 의미가 없어진 것 같다. 동작을 잘하는데 의미를 두는 대신 매일 밥 먹고 잠자듯 자연스레 반복적으로 수련하며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지켜보는 게 즐겁다.”
―요가를 모르거나 이제 시작하는 이가 일상에서 하기 좋은 동작을 추천한다면….
“파스치모타나사나 동작을 추천한다. 두 다리를 앞으로 쭉 뻗고 상체를 숙여 이마를 정강이에, 손을 발이나 발목에 얹는 동작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우리 몸에서 가장 혈액순환이 되지 않는 무릎 뒤쪽을 이완해주며 전신에 에너지가 돌게 한다. 다리 부기가 빠지고 척추가 스트레칭 되며 배는 따뜻해진다. 손발이 찬 사람에게 특히 좋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