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유동규는 측근 아냐” 계속 부인 공방 대신 진상규명 바라는 民意 주목해야
정연욱 논설위원
“제 측근이라는 건 지나치다. 산하 기관 중간 간부가 다 측근이면 측근으로 미어터질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30일 TV 토론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을 받자 이같이 말했다. 측근이 아니라 단순 직원이면 이 지사와 유동규는 거리가 있다는 뉘앙스로 들릴 만했다. 유동규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어제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이 지사는 이어 “그 사람이 제 선거를 도와줬나 아니면 저의 사무실 집기 사는 것을 도왔나. 그런 것 한 적이 없지 않느냐”고 했다. 적어도 측근이라면 이 정도 일을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유동규가 2010년 이 지사의 성남시장 선거 운동을 적극 도운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지사도 뒤늦게 “이분(유동규)이 원래 리모델링하는 분인데 선거를 도와주셨고”라며 말을 바꿨다.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은 법조 커넥션과 특정 대학·고교 인맥이 뒤엉킨 비리 복마전으로 드러나고 있다. 법조계와 정치권, 관가 등 전방위 로비 의혹이 제기되면서 권력형 비리인 ‘게이트’급으로 커졌다. 대장동 개발에 참여한 한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파일로 350억 원대 로비자금 동원 의혹까지 불거졌다. 검찰이 수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던 이유였을 것이다.
이 지사 캠프가 지난 몇 년간 유동규를 이 지사의 핵심 측근이라고 한 언론 보도에 대해 오보 대응을 제대로 했는지 묻고 싶다. 그런데 이제 와서 ‘측근’을 지우려는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다. 검찰 수사에서 측근 비리가 되면 이 지사의 대선 행보에 불똥이 튈 수 있으니 서둘러 개인 비리로 선을 그으려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굳이 앞뒤도 맞지 않고, 억지스러운 논리로 강변하다 보면 ‘도마뱀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만 커질 뿐이다.
이 지사는 스스로 “내가 설계자”라고 인정했다. 항간에는 유동규 이외에 또 다른 측근들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성남의 한 시민단체는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토건 세력은 다름 아닌 이재명 패밀리”라고 지적했다. 늦었지만 검찰 수사도 이 본류를 피해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지사 측은 연일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반격에 나서고 있다. 물론 곽상도 의원 아들의 50억 원 퇴직금을 포함한 야권 인사들의 연루 의혹도 분명하게 시비를 가려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지사 주변의 비리 의혹도 덮어지거나 희석되어선 안 될 것이다.
이 지사 측은 대장동 공방 이후 여론조사에서 밀리지 않고 있어 ‘선방’이라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여야 공방이 격렬할수록 위기를 느끼는 열성 지지층이 일시적으로 결집하는 현상으로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대선 승부의 열쇠를 쥔 중도층은 여야 공방 너머에 있는 실체를 주시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