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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네이버 때리기, 대선용 ‘재갈 물리기’ 의심받는다

입력 | 2021-10-03 10:10:00

[이종훈의 政說] 골목상권 지키기는 명분일 뿐? 언론중재법·신문법 개정 시도와 시기 겹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018년 10월 10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기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뉴스1]


카카오와 네이버에 대한 정부 여당의 공세가 거세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9월 7일 송갑석·이동주 의원실 주최로 열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 토론회’에서 “카카오는 국내 플랫폼 기업 중 가장 많은 계열사를 보유한 ‘공룡 플랫폼 그룹’으로 자리 잡았다. 혁신 기업임을 자부하는 카카오가 공정과 상생을 무시하고 이윤만 추구하던 과거 대기업 모습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서면으로 축사했다.


‘카카오 들어오라고 하세요!’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의 금융 플랫폼 상품 추천 서비스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상 미등록 중개 행위에 해당한다며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9월 9일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와 간담회를 가진 직후 “위법 소지가 있음에도 자체적 시정 노력이 없으면 엄정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도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경쟁 제한 행위를 집중 감시하는 한편, 단독 행위 심사지침을 제정해 법 위반을 예방하겠다며 압박에 동참했다.

청와대도 거들고 나섰다.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는 9월 13일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관련해서는 지금 관계 부처 간 의견이 충분히 조율돼 합리적인 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청와대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국정 현안에 대해 말을 아끼던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적극적 역할’을 말하며 발 벗고 나선 것이 눈길을 끈다. 청와대가 모든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카카오페이는 결국 일부 보험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카카오와 네이버 규제의 명분은 골목상권 지키기다. 중소상인과 자영업자 불만 달래기용 아니냐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피해가 누적된 중소상인과 자영업자의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까지 증가세다. 이들의 불만이 정부 여당을 향하고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로 이어지는 상황을 방지하려면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타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카카오택시에 기회를 넓혀주기도 한 문재인 정부의 태도가 돌변했으니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다음 문구였다. ‘카카오 들어오라고 하세요!’ 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지난해 9월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좌관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본회의장에서는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중이었고, 해당 뉴스는 카카오 포털사이트 ‘다음’ 뉴스 메인에 곧바로 노출됐다. 윤 의원은 보좌관에게 카카오 측에 강력하게 항의할 것을 지시하면서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고 하세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사진기자가 휴대전화 화면을 포착하면서 보도가 시작됐다. 기자들은 문자메시지를 줄여 ‘카카오 들어오라고 하세요!’라고 썼다. 사건의 전말이다.

윤 의원은 네이버 부사장 출신으로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을 거쳐 국회의원이 됐다. 방송과 통신을 관할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이다. 카카오나 네이버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논란이 일자 윤 의원 측은 실제로 들어오라고 한 것이 아니라 질의를 하고 자료를 요구하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이제는 포털에도 재갈을 물리려 하느냐.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최고 기업 카카오를 국회에 초치하는 서슬 퍼런 민주당의 이면을 봤다”고 논평했다.

카카오와 네이버, 그중에서도 특히 카카오를 손봐야 한다는 생각이 그때부터 싹트지 않았을까. 이번 사태는 전형적인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이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골목상권 침해를 떠들썩하게 이슈화하지만, 정작 다음과 네이버 같은 포털사이트 뉴스 서비스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이야기다. 특히 시점이 수상하다. 대선을 6개월가량 남겨둔 때, 공교롭게도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논란과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너무 많다.


언론·포털 자기 검열 가능성↑
민주당은 제2 언론중재법으로 불리는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개정안 처리도 예고했다. 포털사이트의 뉴스 편집권 제한이 주요 내용이다. 민주당이 발의한 관련 법안 중에는 포털사이트의 기사 배열 알고리즘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는 이미 폐지됐다. 포털사이트 자체적으로 알고리즘을 활용한 뉴스 편집 기능을 개선 또는 폐지하는 과정에 들어섰지만, 민주당은 성에 차지 않는 눈치다. 기다릴 여유도 없어 보인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이어 신문법 개정안까지 처리한다면 정권 비판적 뉴스를 봉쇄할 수 있다.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는 물론, 주요 뉴스 소비 창구인 포털사이트 뉴스 서비스에까지 방어막을 친 격이다. 명분은 그럴 듯하다. 기사 선택권을 국민에게 되돌려준다는 것이다. 신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은 이슈를 파악하거나 관련 기사를 찾기 위해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뉴스 편식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 선택권이 제약받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진다.

‘드루킹 사건’을 통해 드러났듯,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난 대선 당시 포털사이트 댓글 공작의 덕을 일부 봤다. 그럼에도 포털사이트 드잡이를 하는 이유는 뭘까. 역으로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중재법과 신문법 개정안 처리 이후 언론과 포털사이트의 자기 검열은 강화될 공산이 크다. 대통령과 여당에 불리한 기사의 유통을 알아서 자제할 수 있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 언론개혁의 민낯이다.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08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