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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종식? 2022년은 세계 정치 불확실성 元年 될 것

입력 | 2021-10-03 11:34:00

경제침체 후 이어지는 정치 불안… 대외 의존도 높은 한국에 또다시 경제적 어려움으로



역사적으로 경제불황은 정치 불안으로 이어졌다. 2011년 이집트 코샤리 혁명, 2021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결정한 엘살바도르의 농민 시위대,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이어진 튀니지 재스민 혁명, 2021년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는 미안먀 반쿠데타 시위대(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위키피디아, AP=뉴시스, GETTYIMAGES, AP=뉴시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에 직면한 지도 2년 가까이 되고 있다. 그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자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온 듯하다. 하나는 ‘방역’이라는 관점에서 코로나19를 어떻게 통제할지에 대한 고민이었고, 다른 하나는 ‘경제’적 관점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었다고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코로나19 사태 같은 대규모 불황을 경험하고 난 뒤 반드시 도래하는 사회현상이 있다. ‘경제적 불황 내지 불확실성’이 ‘정치적 불황 내지 불확실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인류는 1970년대 이후 총 4차례 경제침체를 경험했다. 1970년대 중반, 1980년대 초반, 1990년대 초반, 2008~2009년은 모두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장기 성장률 평균인 3.5%보다 낮은 2% 이하로 하락한 기간이다. IMF 기준에서는 제외됐지만 2000년대 초반 미국발(發) 정보기술(IT) 버블 역시 글로벌 GDP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진 기간이다. 따라서 세계는 1970년 이후 총 5번의 경제침체를 경험했다고 할 수 있다.


‘아랍의 봄’은 ‘아랍의 겨울’로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위에서 열거한 기간에 전 세계적으로 전개된 사회현상 중 하나가 사회적 통제가 강화되고 국가 권력이 더욱 고압적으로 변화했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미국 세계인권감시단체 ‘프리덤 하우스’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국가 수의 절반 이상인 총 110개국의 국민들이 일정 수준 정치적 자유를 상실했다. 실제로 201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전개된 여러 정치적 흐름을 보면 이러한 사실이 좀 더 명확해진다.

‘아랍의 봄(Arab Spring)’은 그 대표적 사례다. 아랍의 봄이란 2010년 말 튀니지에서 시작돼 여타 중동 국가 및 북아프리카 일대로 확산된 반정부 민주화 시위를 말한다. 시위 내용은 정치적이었지만, 이러한 시위가 유발된 원인은 집권세력 부패, 빈부격차, 청년 실업에 따른 젊은이들의 분노 등 경제적 부분에 있었다. 어떤 의미에선 코로나19 사태로 현재 여러 국가가 직면한 고실업, 정부의 무능, 빈부격차 심화 같은 요인들과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튀니지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재스민 혁명’으로 이어져 2011년 중동 전역으로 번졌다. 이집트는 ‘코샤리 혁명’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했고, 리비아에서는 무아마르 카다피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42년간 이어져온 독재정치가 막을 내렸다. 예멘 역시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권력이양안에 서명함에 따라 33년간 지속된 철권통치가 종식됐다.

일견 경제불황으로 촉발한 정치 변화 열망이 큰 성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열거한 국가들의 현 상황을 보면 오히려 과거로 회귀에 가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과거 제도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신군부 권위주의 국가로 회귀했고 시리아와 리비아, 예멘은 내전으로 국가의 기초 안전망마저 붕괴했다. 이란, 수단, 레바논은 경제적 궁핍이 오히려 심화돼 반정부 시위가 급증했다. 그야말로 아랍의 봄이 ‘아랍의 겨울’로 탈바꿈한 상황이다.

이는 비단 중동만의 특수한 상황에 국한하지 않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의 활황에 의존해온 브라질,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같은 나라들 역시 구리 및 철강 가격이 하락하면서 정치적으로도 위기에 직면했다. 더욱이 2014년 말 국제유가가 50% 이상 급락해 이들 국가 모두 정치적 격변기에 들어섰다.

코로나19 사태로 직면할 위험 아직도 산재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개되는 최근 국제 상황을 돌아보자.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미얀마는 민주 진영 임시정부가 군부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후 내전 상태에 돌입했다. 나이지리아는 남부지역에서 무장 괴한들의 습격과 피습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하는 등 치안이 나빠지고 있다. 아이티는 대통령이 피습된 상황이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전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사용하기로 결정한 엘살바도르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에티오피아에서도 중앙정부와 지역정부 간 분쟁으로 최근 사망자가 1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유엔은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내전이 아프리카 북동부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앞서 열거한 바와 같이 코로나19 사태로 우리가 직면하게 될 위험 요인은 아직 산재해 있다. 위험 요인은 단순히 경제와 방역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경제 구조 면에서 어느 나라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국제 정세 불안정성이 또다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최근 한국에서 백신 접종률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사회 문제를 일단락하기 위해 ‘위드 코로나(With Corona)’ 논의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려는 듯하다. 과연 우리가 지금 코로나19와 작별을 고하고 2022년을 준비해야 할 상황인지 진지하게 되돌아볼 때다.

박정호는…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경영학, 홍익대 국제디자인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명지대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장을 뛰며 지식을 나누고, 현장에서 다시 배우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저서로는 ‘이코노믹 센스’ ‘미래 시나리오 2022’(공저) 등이 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08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