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의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가 국정농단 사건의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이자 분양대행업체 A 사의 이모 대표에게 100억 원을 건넨 사실이 3일 드러났다. 박 전 특검의 아들은 이 대표가 운영하던 별도의 회사에 재직하기도 했다.
● 분양대행업체에 전달된 수상한 100억 원
이에 대해 김 씨 측은 3일 입장문을 내고 “법적으로 문제될 만한 부분이 전혀 없다. 이 부분을 포함해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조사에서 상세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 씨 측도 100억 원을 김 씨로부터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이 씨도 이날 동아일보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김 씨에게 받은 100억 원은 토목건설업체 B 사로 전액 송금됐다”면서 “정상 처리된 것으로, 신경도 안 썼던 거래”라고 해명했다.
이 씨가 100억 원을 고스란히 건넸다고 주장하는 B 사의 대표 나모 씨는 앞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2014년 말~2015년 3월 대장동의 토목 사업권을 주겠다’는 이 씨의 제안을 받고 20억 원을 송금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후 나 씨는 대장동 부지의 토목 사업자로 선정되지 못했고, 이에 이 씨에게 항의해자 2016년 20억 원과 일부 이자를 더한 금액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이 씨가 나 씨에게 받은 돈은 20억 원인데 100억 원을 돌려줬다는 점에서 해당 돈의 성격과 용처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 씨가 20억 원을 나 씨로부터 받아간 시점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민간자업자 선정을 전후한 민감한 시기였다. 정치권과 업계에선 20억 원과 100억 원의 차액 등이 시행사 선정 과정의 불법 로비 자금이나 복잡한 과정을 거쳐 자금 세탁이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화천대유 측이 나 씨에게 공사 수주 대가 외에 로비자금 등을 추가로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 나 씨는 동아일보에 “목숨을 걸고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 박영수 전 특검 아들, 분양대행업자 운영사 근무
박 전 특검의 아들은 이 씨가 운영하는 또 다른 회사에서 직원으로 근무했다. 이 씨는 분양대행업체와 별도로 한 코스닥 상장회사와 고강도 합판 제조 관련 업체를 운영한 바 있다. 박 전 특검은 2016년 4월~11월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했고, 박 전 특검의 딸은 2015년부터 최근까지 화천대유에서 직원으로 근무했다. 박 전 특검 측은 아들의 채용 의혹에 대해 “고강도 합판 제조 판매 목적의 회사였는데, 창업 실무를 하다가 회사의 자금 사정 악화로 1년도 못돼 퇴사했다”고 해명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