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때 파벌간 총격전서 엄마 희생 나폴리, 3대 마피아 ‘카모라’ 본거지 “시민들, 카모라 벗어나 다시 숨쉬게” 7월 9%였던 지지율 22%까지 올라
4일까지 이틀간 치러지는 이탈리아 지방선거에서 마피아의 총탄에 어머니를 잃은 여성 변호사 알레산드라 클레멘테(34·사진)가 ‘마피아 소탕’을 공약으로 내세워 남부 나폴리 시장직에 도전한다. 나폴리는 시칠리아섬의 ‘코사 노스트라’, 서남부 칼라브리아의 ‘은드란게타’와 이탈리아 3대 마피아를 형성하는 ‘카모라’의 본거지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좌파당 후보인 클레멘테는 오성운동과 민주당 등 중도좌파연합 후보 가에타노 만프레디 전 나폴리대 총장(57)과 접전을 벌이고 있다. 당초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만프레디의 지지율이 40%에 달했지만 클레멘테가 7월 9%에 불과했던 지지율을 지난달 22%까지 끌어올려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지지율 급상승 이유는 개인사를 바탕으로 한 마피아 척결 공약 때문으로 풀이된다. 1997년 6월 당시 10세 소녀였던 클레멘테는 집에서 40여 발의 총성을 들었다. 창가로 가 보니 집 앞 길가에 귀가 중이던 모친 실비아(당시 39세)가 피를 흘리며 숨져 있었다. 시신 옆에는 5세 남동생이 울부짖고 있었다. 마피아 간 파벌 싸움에서 유발된 길거리 총격전에 평범한 교사였던 어머니가 희생된 것이다.
인구 300만 명의 나폴리에서는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하고 폭력을 일삼는 카모라 때문에 많은 주민이 고통받고 있다. 경제가 발달한 북부에 비해 낙후된 산업 환경 때문에 실업률도 30%가 넘는다. 최근에는 마피아에 합류하는 여성들까지 증가하고 있다.
클레멘테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나폴리에서는 4세 소녀가 마피아 총격전에 휘말리고, 청년들은 하루에 100유로(약 14만 원)를 받으면서 카모라를 위해 마약을 판다”며 “나폴리가 카모라에서 벗어나 다시 숨쉬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마피아 피해를 입은 많은 시민들 또한 클레멘테의 선거운동을 적극 돕고 있다. 이번 선거는 3일 오전 7시∼4일 오후 3시(한국 시간 3일 오후 2시∼4일 오후 10시)까지 실시된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