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영상 ‘당근이세요?’ 연출-제작 유현규-전상협씨
아내 대신 당근마켓 거래 남편들
디테일한 연기-연출로 화제 불러
보름만에 150만회 조회… 200만 눈앞

유튜브 영상 ‘당근마켓 남편들’로 화제가 된 유튜버 채널 ‘너덜트’의 전상협 유현규 씨(왼쪽부터)가 서울 마포구 작업실에서 촬영장비를 들어 보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당연히 유부남들인 줄 알았다. 아내에게 등 떠밀려 아이 중고 장난감을 거래하러 나가본 경험이 수없이 많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만큼 2분 남짓한 유튜브 영상 속 그들은 유부남 그 자체였다.
“다들 저희를 유부남이라고 생각하시는데 둘 다 20대고 미혼이에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유명해진 유튜브 영상 ‘당근이세요?’의 주인공 유현규(29), 전상협 씨(27)는 지난달 27일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웃었다.
이들은 영상에서 당근마켓을 하는 아내를 대신해 장난감 양궁세트를 ‘대리 거래’하러 현장에 나온 남편들로 등장한다. 초점 없는 눈, 목이 늘어난 티셔츠 등 아무렇게나 입은 옷, 우물우물하며 끝을 흐린 의욕 없는 말투, 그 와중에 여러 차례 목례하며 예의를 차리는 모습,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아내에게 전화로 일일이 묻는 모습 등 현실의 ‘당근마켓 남편들’을 폐쇄회로(CC)TV로 들여다본 것처럼 재현했다. 거래 품목에 있던 과녁을 빠뜨리는 바람에 거래 불발의 위기로 치닫는 장면도 나온다. 2분 6초짜리 영상에 재미와 공감을 끌어내는 동시에 긴장감까지 담아낸 것.
유 씨는 “광고감독 출신이라 연기를 배워본 적이 없는데 연기 칭찬이 많아 감사하다”며 “억지로 현장에 나온 걸 표현하려고 힘을 최대한 뺐다”고 말했다. 단역배우 경험이 있는 전 씨는 “중고거래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 지인들에게 들은 내용을 토대로 연기했다”며 “너무 어려 보이고 연기도 어색해 보일까 걱정했는데 반응이 좋아 즐겁다”고 했다.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이들은 당근마켓은 물론이고 유명 스타트업들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았다. 유 씨는 “광고 제작을 의뢰하는 러브콜을 많이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당분간 너덜트 채널 자체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2주에 하나씩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게 자신들의 영상에 열광한 이들에 대한 도리라는 것. 전 씨는 “너덜트 채널을 시작한 이후로 아이디어 회의를 하느라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며 “일상의 공감 포인트를 담은 짧고 속도감 있는 영상을 더 많이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너덜트는 ‘너드(nerd·괴짜)’에 ‘어덜트(adult)’를 결합한 말이거든요. 2∼4분 내 재미와 공감을 모두 끌어내는 ‘코믹 숏무비’ 장르를 제대로 개척한 ‘괴짜 같은 어른’이 되는 게 저희 꿈입니다.”(유현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