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尹후보에 집중 포화
윤석열 왼손에 선명한 ‘임금 王’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손바닥에 ‘王(왕)’ 자를 적은 채 국민의힘 대선후보 TV토론회에 참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왼쪽 사진부터 지난달 26일 3차, 지난달 28일 4차, 이달 1일 5차 TV토론회에 참석한 윤 전 총장의 손바닥에 ‘王(왕)’ 자가 적혀 있는 모습. 채널A·MBC·MBN 유튜브 영상 캡처
○ 洪 “부적 선거” vs 尹 “빨간 속옷 소문”
윤 전 총장과 당 경선 1, 2위를 다투고 있는 홍준표 의원은 2, 3일 페이스북에 “1일 1망언으로 정치의 격을 떨어뜨리더니 다음 토론 때는 부적을 몸에 차고 나오는 거냐”고 비판했다. 또 “점으로 박사학위를 받는 것도 처음 봤고, 무속인을 끼고 경선에 나서는 것도 처음 봤다”며 “정치의 격을 떨어뜨리는 유치한 행동이다. 부적 선거는 포기하라”고도 썼다.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가 ‘운세 콘텐츠’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것과 윤 전 총장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날 때 역술인이 동석한 점을 함께 겨냥한 것.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미신을 믿는 후보, 끝없는 의혹에 휩싸인 후보, 걸핏하면 막말로 보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후보로 본선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유승민 캠프는 “3차 토론회부터 새겼음이 금방(2일) 알려졌는데 (캠프) 참모들은 입을 맞춘 듯 ‘5차 토론회 가기 전 지지자가 쓴 것이고 앞 토론회엔 없었다’며 거짓말을 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또 “주술 운운하는 분들이 있는데 세상에 부적을 손바닥에 펜으로 쓰는 것도 있느냐”고 반문하며 “어떤 분은 속옷까지 빨간색으로 입고 다닌다고 소문 난 분도 있다. 이런 걸로 음해하고 공격하는 건 정치 수준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역공에 나섰다. 빨간색을 선호해온 홍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윤석열 캠프 김기흥 대변인도 “원래 ‘홍판표’였던 홍준표 후보의 현재 이름은 역술인이 지어준 것이라는 걸 홍 후보는 잊었느냐”고 했다. 그러자 홍준표 캠프는 즉각 “초임 검사 시절 윤영오 청주지방법원장이 ‘판사도 아닌데 이름 중간이 ‘판’ 자인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해 개명한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의 부인 김 씨도 김명신에서 김건희로 개명했는데 어디 한 번 김 씨의 개명 과정도 풀어내 보라”고 받아쳤다.
국민의힘에선 “윤 전 총장이 대통령 직을 백성 위에 군림하는 왕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 “윤 전 총장의 안일한 인식이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정 대선 주자 캠프에 속하지 않은 한 중진 의원은 “‘왕’ 자를 지우지 못했던 게 아니라 지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잘못된 해명으로 상황을 더 키웠다”며 “본선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먹고 있다”고 했다.
○ 與 “최순실 시대로 돌아가는 건가”
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3일 경기지역 공약 발표 후 기자들을 만나 “윤 후보가 (야권 후보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왕’ 자를 그린 걸 보니 안 될 것 같다. 왜 그런 걸 그리고 다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전날에도 “인터넷 댓글 중에 ‘무당층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쓰여 있기에 무슨 상관이 있는지 생각해 보니 ‘무당(巫堂)층’이었다”고 비꼬았다.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이날 “대통령을 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술에 의거한 것인지, ‘왕’ 자를 써서 부적처럼 들고 나오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다 최순실 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소영 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외신들이 ‘한국판 라스푸틴(제정 러시아를 몰락시킨 괴승) 사태’라고 비난했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향수냐”고 꼬집었다. 정의당 대선 주자인 심상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 손바닥에 글자를 적겠다면 왕 자 대신 민(民) 자를 권한다”고 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