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 노조원들로부터 “친일파냐” “일베냐” 힐난 듣고 상처받기도
8월 15일 MZ세대 직원이 중심인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은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출범식을 가졌다(위). 2019년 7월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서울지하철 전동차 내부에 부착한 ‘보이콧 재팬’ 스티커. [사진 제공 ·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김우정 기자]
공공부문에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가 주도하는 새로운 노동조합 바람이 분다. 민간기업 MZ세대 노조 결성의 주된 동인이 ‘성과급 이슈’인 반면, 공기업의 경우 ‘공정한 채용’이 화두다. 8월 11일 서울교통공사 MZ세대 노조(올바른노동조합)가 고용노동부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고, 비슷한 시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선 20, 30대 직원들이 기성세대 노조에 반대해 집단행동에 나섰다.
“무조건 정규직화, 다 같이 망한다”
젊은 공기업 직원은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2018년 무기계약직 노동자 1300여 명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갈등을 빚은 서울교통공사가 대표적 사례다. 송시영(29) 올바른노동조합 위원장은 “당시 정규직 전환에 주도적으로 나선 것이 기존 노조(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다. 정규직 증가로 기존 직원의 피해는 없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충분한 소통 없이 이뤄진 불공정한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답답했다. 앞으로 직장 생활을 오래 이어가야 하는 젊은 직원 중심으로 새로운 노조를 결성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최근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비(非)사무직 위주로 이뤄졌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공채로 입사한 사무직원과 직렬이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너희는 지원하지도 않을, 힘든 직렬인데 왜 시비냐’ ‘사다리 걷어차기 하지 마라’는 조롱도 있다. 대다수 노동자가 좋은 대우를 받는 것에 찬성한다. 다만 적어도 공정한 경쟁을 거쳐야 하지 않나. 공기업도 기업이므로 인건비에 쓸 여력은 한정돼 있다. 정부 방침이라고, 혹은 거대 노조가 요구한다고 무조건 정규직화하면 회사 형편이 어찌 되나. 결국 다 같이 망하지 않겠나.”
일단 조직을 꾸렸지만 새로운 노조 운동의 과제는 적잖다. 단체교섭권 확보, 기존 노조와 적절한 관계 설정이 급선무다. 2011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 후 사업장별 복수 노조 설립이 허용됐지만 단체교섭권 행사는 1개 노조로 단일화해야 한다. 기존 노조 소속 근로자와 근로 조건 등이 크게 다르면 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할 수 있으나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코레일네트웍스(KTX 특송사업 및 셔틀버스·고객센터를 위탁 운영하는 코레일 자회사) 일반직노동조합(일반직노조)은 4월 29일 기존 노조(한국노총 한국공공사회산업노동조합, 민주노총 전국철도노동조합 소속)와 별개로 단체교섭권을 획득했다. 새 노조는 조합원 90% 이상이 20, 30대 사무직원이다. 박재민(32) 코레일네트웍스 일반직노조 위원장은 “기존 노조는 사측에 통상적 사고를 벗어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적잖다. 우리 노조는 직원에게 실질적 혜택을 줄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면서도 “기존 노조를 비방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기존 노조가) 사무·연구직을 아우르지 못하는 현실을 극복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노조의 견제도 적잖다. 7월 23일 민주노총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서울행정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코레일네트웍스 일반직노조 교섭단위 분리 결정을 취소하라는 것이다. 박재민 위원장은 “철도노조 측이 교섭권을 뺏으려드는 것은 노조로서 생존권을 뺏으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노조에 의한 노동3권 침해 아닌가. 복수 노조 시대에 다른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회사와 교섭 창구를 독점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교섭단위 분리, 전향적 판단해야”
전문가들은 “새로운 공공부문 노조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공부문 MZ세대 노조 결성을 돕는 김경락 노무사는 “공기업에서 기존 노조 기득권은 대부분 40, 50대가 쥐고 있다. 자연스레 노조 관심도 정년 연장이나 자녀 학자금 문제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젊은 직원에게 와 닿는 부분은 많지 않다”며 “근로조건이나 복지에 불만이 있어도 직급이 낮으면 말이 먹히지 않는다. 기성세대 상급자나 기존 노조와 소통하려는 노력이 통하지 않자 아예 새로운 노조 결성에 나선 것”이라고 짚었다. 최영우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도 “절차적 공정성을 화두로 내세운 공공부문 새 노조의 목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현행 노동조합법 체계는 교섭 창구 단일화를 추구한다. 노조와 사측 사이는 물론, 노조 간 갈등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다. 생산직 중심의 기존 노조가 다른 직렬 노동자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할 수 있다. 교섭단위 분리 신청에 대한 전향적 판단이 필요하다.”
*포털에서 ‘투벤저스’를 검색해 포스트를 팔로잉하시면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08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