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회수-재활용 시도 ‘눈길’

길에 버려진 담배꽁초들. 하루에만 약 1247만 개비의 담배꽁초가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버려진 담배꽁초는 하수구를 막아 장마철 빗물 역류를 유발하거나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 필터 속 플라스틱으로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동아일보DB
거리에 마구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수거해 재활용을 시도하는 시범 사업이 시작됐다. 담배꽁초는 도심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하수구 등에 쌓일 경우 장마철 빗물 역류 현상 등을 유발해 문제가 된다. 무엇보다 필터에 있는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갈 경우 해양 속 미세플라스틱의 원인이 돼 문제다.
환경부는 서울 강북구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와 함께 담배꽁초 회수·재활용 체계 시범구축 사업을 시작한다고 4일 밝혔다. 무작위로 버려진 담배꽁초를 회수해 재활용 체계를 구축하는 시도는 처음이다.
○ 하루 버려지는 담배꽁초 1246만6968개
담배꽁초는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쓰레기다. 지난해 환경운동연합이 전국 17개 지역 해안가에서 시민들과 주운 쓰레기 3879개 중 가장 많은 쓰레기가 담배꽁초(635개)였다. 환경부가 지난해 연구 용역을 통해 하루 평균 길에 버려지는 담배꽁초의 양을 추정했는데, 그 양은 1246만6968개비에 달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담배 판매량의 3분의 2가 담배꽁초로 길에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한다. 세계 연간 담배 생산량은 약 6조 개비에 달하는데, 이 중 4조 개의 담배꽁초가 쓰레기통 대신 길에 버려지는 셈이다.
담배꽁초가 해양 플라스틱과 도시 오염의 주범으로 부각되면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담배꽁초를 별도로 회수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었다. 담배꽁초는 재활용이 안 되는 일반폐기물로 분류돼 모으기 어려운 데다 담배회사들이 각자 회수 체계를 갖추는 데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담배꽁초 수거함을 설치하기도 했지만 화재 위험에 대한 우려와 미관을 해친다는 민원이 나오기도 했다.
○ 플라스틱 필터 재활용 시도
이번 시범사업은 무작위로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한데 모으고, 플라스틱 필터를 재활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다. 담배꽁초의 재활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서울 강북구는 지역 내 관공서와 대형 사업장, 상습 무단투기 지역 등 약 20개 지점에 담배꽁초 수거함을 설치하고 관리한다. 또 주민센터에 담배꽁초를 모아 가져오면 월 최대 6만 원까지 지급하는 ‘담배꽁초 수거보상금 지급사업’도 진행한다. 담배꽁초의 유해성과 관련해 사전 교육을 받은 20세 이상 구민이 담배꽁초를 모아 가져오면 g당 20원씩 지급하는 방식이다.
환경부는 담배꽁초의 재활용 가능성을 이번 시범사업으로 검증하고, 그 성과를 토대로 전국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은 내년 5월까지 약 9개월간 진행한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관계기관과 협력하여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담배꽁초 회수·재활용 체계 마련에 적극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