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동취재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키맨’으로 꼽히는 유동규 씨(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구속된 지 하루 만인 어제 이재명 경기지사가 30분에 걸쳐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서울지역 공약 발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이 지사는 대장동 비리에 대해 사과는 하지 않았고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설명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유 씨가 사업에 특혜를 제공하는 대가로 거액을 받기로 한 혐의가 검찰 수사로 드러났는데도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점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마치 남 이야기 하듯 말했다. “(대장동 개발은) 제가 사과할 일이 아니라 칭찬받아야 할 일”이라는 주장까지 했다.
이 지사는 야권이 유 씨 구속과 관련해서 사과 및 사퇴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한전 직원이 뇌물 받고 하면 대통령이 사퇴하느냐”고 반문했다. 유 씨는 성남시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공기업을 사실상 총괄하면서 막강한 실권을 휘둘렀던 인물이다. 더구나 이 지사와 유 씨는 10년이 넘는 오랜 기간동안 이런저런 인연으로 얽혀온 사이다. 어떻게 수많은 공기업 중 한 곳인 한전의 직원과, 국정 전반을 책임지는 대통령과의 관계에 비교할 수 있겠는가.
또 이 지사는 자신이 대장동 개발을 설계한 것과 지금 벌어지는 논란은 무관하다는 주장을 펴기 위해 “노벨이 화약을 발명 설계했다고 알카에다의 9·11테러를 설계한 게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한전 직원’ 비유와 다를 것이 없는 억지 논리다.
이 지사는 이번 사태로 국민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것에 대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굳이 ‘정치인 중 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직접적인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성남시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지휘감독 책임은 성남시장에게 있다. 대장동 설계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시장 재임 당시 이 지사가 몰랐는지도 의문이지만, 설령 몰랐다고 해도 유감 표명 정도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총책임자로서 국민 앞에 분명하고 제대로 된 사과를 해야 한다. 이 지사는 언론과 야당을 겨냥해 “상식과 원칙에 따라 이야기하면 좋겠다” “국민이 바보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지사 본인이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