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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조 역사에 제 이름 딴 기술 남길 겁니다”

입력 | 2021-10-05 03:00:00

[오늘은 샛별 내일은 왕별]남자 체조 류성현
도쿄올림픽 직전 기술 난도 높여… 거의 성공했지만 라인 밟는 실수
마루 4위 머물며 메달 꿈 3년 미뤄
‘류성현 기술’ 날마다 갈고닦아… 파리에선 경쟁자 사파타 꺾을 것




“실수한 이유를 알았으니 이젠 더 올라갈 겁니다.”

남자 체조 유망주 류성현(19·한국체대 1학년·사진)은 2020 도쿄 올림픽 마루 결선을 4위로 마친 뒤 오히려 여유가 있어 보였다. 벌써부터 2024 파리 올림픽 메달을 향한 자신감을 키워 가고 있었다. 실수에서 얻은 교훈이 확신으로 자리 잡은 덕분이다.

류성현의 별명은 ‘100년 만의 천재’다. 도쿄행 직전 신형욱 남자 체조 대표팀 감독이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고 극찬한 이후부터다. 그런 그가 도쿄에서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이유는 올림픽을 앞두고 행한 급작스러운 난도 조정 때문이었다.

원래 류성현은 6월까지만 해도 전체 난도 6.6점의 기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출전 2주를 앞두고 G난도(0.7점)의 사파타, E난도(0.5점)의 더블문설트 등을 끼워 넣으면서 전체 난도가 올림픽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7.0점으로 올라갔다. 메달을 따기 위해선 남들과 다른 걸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그의 선택은 패착이었다. 고난도 기술을 모두 성공한 류성현은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앞더블(D난도·0.4점)을 시도하다 라인을 밟아 0.3점의 감점을 받았다. 그는 “(고난도 기술로 인해) 체력이 달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매 경기 어려움 속에서 힘이 되어준 동료는 도쿄 뜀틀 금메달리스트 신재환이었다. 신재환은 예선과 결선 경기가 있는 전날 밤마다 훈련을 끝마친 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류성현에게 “내일도 후회 없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거야”라며 응원해줬다.

그는 도쿄의 아쉬움을 파리의 기대로 바꿔 나가기 위해 벌써부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내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첫 기량 점검 무대로 보고 오전 학교 수업을 들은 뒤 오후 2시 반부터 4시간씩 매일 훈련(마루, 평행봉, 링 위주)에 열중하고 있다. 고난도 기술에 따른 체력 저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근력 등 웨이트 운동도 빠뜨리지 않는다.

도쿄에서 생긴 경쟁자도 승부욕을 자극하고 있다. 사파타 기술의 주인공 라이데를레이 사파타(28·스페인)는 지난해 류성현이 우승했던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 마루 종목에서 5위에 그쳤지만 도쿄에서는 류성현을 넘어서며 생애 첫 올림픽 은메달을 따냈다. 류성현은 사파타의 장점인 탄력성을 넘어서기 위해 허벅지 근육 강화에 힘쓰기로 했다.

“파리에서 이루고 싶은 게 두 가지 있어요. 사파타 기술에서 한발 더 나아간 ‘류성현 기술’을 성공시켜 등재시키고 싶어요. 또 한국 체조선수 최초로 마루 올림픽 메달리스트에 반드시 이름을 올리겠습니다.”


류성현은 누구…△생년월일: 2002년 10월 22일 △태어난 곳: 울산 △신체조건: 161cm, 52kg △학력: 울산 양사초-울산스포츠과학중-울산스
포츠과학고-한국체대 1학년 재학 △취미: 넷플릭스 시청. 최근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보고 있음 △장점: 빠른 기술 습득 능력을 타고남 △주 종목: 마루 △주요 수상: 2020 도쿄 올림픽 마루 4위, 2021년 전국 종별선수권대회 단체·개인종합 1위, 2020년 국제체조연맹(FIG) 종목별 월드컵 마루 1위,2019년 주니어 세계선수권 마루 1위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