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예수금 95조, 前정부 3배로… 상환액 늘어 기금 수지 마이너스 이자비용 대느라 5년 연속 순손실… 재정 전입후 다른 용처 사용도 문제 돈 빌려준 기금들, 본래 사업 흔들… 수입원 부족해 차입금 돌려막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중(코로나19) 사태로 실업급여 지출이 급증하면서 고갈 위기에 처한 고용보험김을 메우기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은 약 1조300억 원을 고용보험기금에 예탁하기로 했다. 동아일보DB
전기요금에서 일부를 떼 조성되는 전력산업기금의 지난해 총세출액(4조4700억 원) 중 약 39%는 전력산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곳으로 흘러갔다. 정부가 기금 등 여유 자금을 통합 관리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 1조7300억 원이 들어간 것. 국회예산정책처는 이에 “재원에 여유가 있으니 국민들의 전력산업기금 부담요율(3.7%)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263조 원 규모로 몸집이 커진 공자기금에 예탁된 각종 공공기금의 여유 자금이 최근 5년간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상환액이 더 가파르게 늘어 올해 공자기금의 ‘가용재원’(신규 예탁금에서 상환해야 할 예탁금을 뺀 금액)이 10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 공공자금 ‘저수지’, 공자기금 가용재원 바닥
6·25전쟁 참전용사와 독립유공자 의료비 지원 등의 복지사업 재원인 보훈기금은 지난해 전체 지출액(3161억 원)의 53.8%(1700억 원)를 공자기금에 예탁했다. 반면 올해 처음 반영된 참전유공자에 대한 외래약제비는 실제 필요한 금액(1709억 원)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277억 원만 반영됐다. 재소자 교도작업 환경 개선 등에 쓰이는 교도작업특별회계, 외국 대상 교류사업에 쓰는 국제교류기금 등도 지난해 세출의 절반 이상을 공자기금에 맡겼다.
각 기금에서 끌어온 자금의 상환액이 늘면서 공자기금 수지는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올해 적자가 예상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공자기금 신규 예수금은 2015년에서 지난해까지 연평균 23.7% 증가했다. 예수금 상환액은 같은 기간 연평균 43.2% 늘었다. 올해는 신규 예수금(26조6813억 원)이 상환 예수금(30조6372억 원)보다 적어져 가용 재원이 ‘마이너스’로 전환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각 기금에서 공자기금으로의 예탁금이 늘어난 것은 국채 발행 등 정부 재정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 재정 운용의 결과”라고 했다.
○ 이자 역마진에 5년째 순손실
자체 수입원이 부족한 혁신도시건설특별회계, 남북협력기금 등은 공자기금에서 재원을 빌려 공자기금 차입금을 상환하는 ‘돌려 막기’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정부와 각종 기금의 지출이 크게 늘면서 공자기금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고용보험기금은 지난해 공자기금에서 4조6997억 원을 빌려왔다.
공자기금 차입 부채는 지난해 전년 대비 18.5%(120조7000억 원) 증가한 774조4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공자기금이 높은 이자로 돈을 조달해 낮은 이자로 정부와 기금에 빌려주는 바람에 2016년부터 순손실을 내고 있다. 지난해엔 순자산이 전년 대비 약 2조 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돈을 빌려간 기금에 대한 가산이자를 0.05%에서 0.1%로 10년 만에 인상했다.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정부가 연기금이나 우체국 예금 같은 공공자금을 통합 관리하고 공공사업 등에 쓰기 위해 1994년 신설한 기금. 연기금 여유자금과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재원이 마련된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