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고문은 이달 2일 국무부 법률팀에 보낸 내부 메모에서 ‘타이틀 42(Title 42)’로 불리는 연방 공중보건법을 ‘불법적’이고 ‘비인도적’이라고 비판하며 사임할 뜻을 밝혔다. 이 법은 보건 위기 하에서 외국인이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이 공중보건법의 적용에 대해 “우리는 박해나 죽음, 고문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내몰거나 돌려보내지 말아야 할 우리의 법적 의무를 지속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했다.
고 고문이 메모에서 인용한 통계에 따르면 이 법에 따라 올해 2월 이후 현재까지 70만 명이 추방됐고, 8월 한 달 동안만 9만1147명이 쫓겨났다. 그는 이를 “깜짝 놀랄 일”이라고 표현하며 “내가 이렇게도 강하게 지지하는 이 행정부에 맞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특히 이 법이 최근 대규모 지진과 대통령 암살 등으로 대혼란을 겪은 아이티의 이민 신청자 수천 명에게 미국에 난민 신청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돌려보내는 근거로 적용돼온 점을 지적했다.
고 고문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법률고문 활동을 포함해 2009~2013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법률고문을 지냈던 국무부 고위인사. 그는 주미대사관 외교관으로 근무하던 중 5·16 쿠데타가 발생하자 미국에 망명한 고광림 박사의 3남으로, 예일대 법대 학장을 지냈다. 예일대 석좌교수 시절 이 대학을 다니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사제지간으로 인연을 맺은 사이이기도 하다.
고 고문은 사임 후 옥스퍼드대로 가서 교수 활동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무부 관계자는 “고 고문이 국무부를 떠나는 것은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백악관 청사 사우스 코트 강당에서 코로나19 백신 부스터 샷 접종 전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미 연방법원은 지난달 “공중보건법을 근거로 난민 신청을 막을 수 없다”고 판결했지만 이는 최근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에서 뒤집힌 상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2일 이 조항이 계속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