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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국민 절반 “아베色 기시다 실망”… 최측근 못 심은 아베는 “불쾌”

입력 | 2021-10-06 03:00:00

마이니치 여론조사… 지지율 49%, 2008년 아소내각 45% 이후 최저
작년 출범 스가 내각보다 15%P ↓… 아베, ‘2인자’ 관방장관 추천했지만
쇄신 노린 기시다, 다른 인물 선택… ‘관저주도’ → ‘정당주도’ 변화 전망



기시다 내각 출범 기시다 후미오 신임 일본 총리(앞줄 가운데)가 4일 임시국회에서 총리로 공식 선출된 뒤 자신이 구성한 새 내각 각료들과 도쿄 총리관저에 섰다. 도쿄=신화 뉴시스


일본 국민들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색깔이 짙게 배어 있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새 내각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집권 자민당으로선 31일 치러지는 중의원 선거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그럼에도 아베 전 총리는 기시다 내각의 핵심 요직에 대한 인사 요청이 반영되지 않아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신문이 4, 5일 긴급 여론조사를 한 결과 기시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49%였다고 5일 보도했다. 지난해 9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 발족 때 64%보다 15%포인트 낮다. 마이니치가 최근 20년간 내각 발족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와 비교했을 때 아소 다로(麻生太郞) 내각이 들어선 2008년 9월의 45%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기시다 내각의 각료 면면에 대해 “기대감이 있다”는 답변은 21%에 그쳤고, “기대감이 없다”는 51%에 달했다. 아베, 아소의 영향력이 강해진 것이 기시다 정권 운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마이너스’라는 응답이 59%로 ‘플러스’란 응답(23%)을 크게 웃돌았다.

일본에서는 총리가 새로 취임하면 국민적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내각 지지율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 등을 내걸고 탄생했지만 정치 변화를 요구하는 층의 기대감이 높아지지 않았다”며 “그 이유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전 총리의 출신 파벌인 호소다파와 아소 전 총리가 이끄는 아소파 등 기존 주류 파벌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4일 내각 인사를 보고 “솔직히 불쾌하다”고 주변에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정부 2인자인 관방장관으로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을 추천했는데, 기시다 총리가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전 문부과학상을 앉혔기 때문이다. 하기우다는 대신 경제산업상으로 수평 이동했다. 5선(選) 중의원 의원인 하기우다는 ‘아베의 복심’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2012년 12월 아베 2차 내각 출범 후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관, 관방 부장관, 자민당 간사장 대행 등을 지내며 아베 전 총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아베 전 총리는 또 기시다 총리가 임명한 각료 20명 중 자신이 이끄는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 출신이 이전 스가 내각 때보다 1명 줄어든 4명인 점에 대해서도 불만이라고 니혼게이자이가 전했다.

기시다 총리 측에서는 ‘할 만큼 했다’는 분위기다. 관방장관마저 아베 최측근으로 채우면 ‘아베색’ 일색으로 쇄신감을 주기 어렵다고 보고 절충점으로 마쓰노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마쓰노는 이념적으로 아베와 가깝지만 아베의 최측근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기시다 정권에선 자민당의 영향력이 총리관저를 중심으로 한 정부보다 커지는 ‘당고정저(黨高政低)’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도쿄신문은 “당 간부에 중진급 인사를 배치한 반면 내각에서는 첫 입각이 13명이나 포함돼 있다”며 “관저 주도에서 정당 주도로 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자민당에선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간사장의 영향력이 두드러진다. 아마리는 4일 내각 인사에서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야마기와 다이시로(山際大志郞) 의원의 입각을 추천해 각각 경제안보담당상, 경제재생담당상에 앉혔다.

기시다 총리는 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차례로 전화통화를 하며 정상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기시다 총리는 “일미(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한다”고 밝히며 ‘미국 중심’ 외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