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국민의힘 ‘작년 평가’ 공개
KBS와 MBC가 외주제작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런 문제를 봐줬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5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은 방통위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진행한 외주제작거래 가이드라인 이행실적 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방통위는 열악한 외주제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9년부터 방송 사업자의 외주제작거래 가이드라인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이 평가에서 지난해 상반기(1∼6월) MBC는 65점으로 최저점을, KBS는 67점으로 그 다음 낮은 점수를 받았다. 다른 방송사들은 90점대를 받았다. 두 방송사가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외주제작사와 상생협의체를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평가항목(20점 만점)에서 0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MBC와 KBS는 지난해 하반기(7∼12월) 평가에서는 이 평가항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그러나 두 방송사는 외부제작사 관계자 없이 내부 인원만 참여해 회의를 열었고, 관련 자료도 회의록이 아닌 회의 안건만 적힌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보 의원은 “공영방송과 준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더욱 외주제작사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망각하고 있다. 방통위는 그럼에도 KBS, MBC를 심하게 배려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MBC 심의가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MBC의 2020 도쿄 올림픽 개회식 방송사고에 대해 지난달 행정지도인 ‘권고’를 결정했다. MBC는 이 중계방송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소개할 때 체르노빌 원전사고 사진을 쓰는 등 외교 결례로 물의를 빚었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은 “이번 방송참사는 단순한 사고를 넘어 국가 망신을 줬다. MBC는 2008년에도 같은 실수를 했는데 방심위가 그때는 법정제재인 주의를 내리고 이번엔 (경징계인) 권고를 내린 것은 일관성 없는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정연주 방심위원장은 “앞으로 엄중한 안건에 대해선 방심위원 전원이 참석하는 전체회의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KBS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부의 집합 자제 요청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엔 외주제작사 상생협의체 회의를 하지 못했지만 지속적으로 외주제작사와 소통해왔고 외주제작사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