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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유동규 뇌물 공개땐 게이트” 대장동 3인 의논해 정재창에 120억 건네

입력 | 2021-10-06 03:00:00

[대장동 개발 의혹]檢, 화천대유 사업자 선정 과정 수사
“유동규 뇌물 공개땐 게이트”… 대장동 3인, 120억으로 폭로 입막음






“공개되면 좋을 게 뭐 있습니까.”

2019, 2020년경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와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의 4, 5호를 각각 소유한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모인 자리에선 이 같은 발언이 오갔다고 전해졌다. 이들은 위례신도시 개발 민간사업자 정재창 씨가 보낸 몇 장의 사진 때문에 대책회의를 했다고 한다. 당시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폭로가 현실화될 경우 ‘게이트’가 터질 상황을 우려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 씨는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3억 원의 뇌물을 건넸는데, 당시 찍은 ‘현금 다발 사진’ 등을 정 회계사 등에게 보낸 뒤 150억 원을 요구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화천대유 측이 막대한 배당금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 정 씨가 거액을 요구한 배경 등을 놓고 법조계에선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유동규 지키기’ 명목 150억 원 요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지난달 정 회계사로부터 제출받은 사진과 녹취록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씨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이 유 전 사장 직무대리와의 유착 관계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 씨의 요구를 일부 들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막대한 수익을 얻은 이들 입장에선 정 씨의 폭로로 타격을 받기보단 옛 동업자에게 150억 원을 지급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 전 사장 직무대리에게 뇌물을 준 사실이 드러날 경우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도 뇌물공여죄의 공범으로 법적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정 회계사 등이 ‘유 전 사장 직무대리만을 지키기 위해’ 거액을 지불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씨는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도 옛 동업자들이 유 전 사장 직무대리에게 뇌물을 건네고 거액의 개발 이익을 거둘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120억 원을 보낸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 동업자 간 소송전이 녹취록 제출로 이어져
정 씨는 또 올 7월 서울중앙지법에 정 회계사 소유인 ‘천화동인 5호’를 상대로 30억 원의 약정금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정 씨에게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각 60억 원씩 총 120억 원을 건넸는데 추가로 돈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동업자 간 분쟁과 소송전은 결국 정 회계사가 2019년부터 화천대유 측 관계자들의 대화 및 통화 녹취를 시작하고 검찰에 녹취록을 제출한 계기가 됐다. 이후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편의를 봐준 유 전 사장 직무대리의 몫 700억 원을 지급하는 방법을 놓고 다투다 유 전 사장 직무대리가 정 회계사의 뺨을 때린 것 등이 정 회계사가 검찰에 자료를 제출한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 측 법률대리인은 5일 “유 전 사장 직무대리에 대한 3억 원의 뇌물 사진을 폭로하지 않는 대가로 150억 원을 받기로 했고, 나머지 30억 원에 대한 민사소송을 청구했느냐”는 질문에 “청구 내용과는 다르고, 진행 중인 소송이라 자세한 내용을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정 씨는 주변에 “초기 대장동 사업에서 기여한 부분에 대해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배당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 씨 측은 “정 씨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 3명은 모두 (대장동 개발 사업의) 구 사업자들이다. 이들 간에 지분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서로 돈을 주고받은 일은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씨가 정 씨로부터 직접 협박을 받거나, 돈을 요구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