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 “증산규모 유지” 합의 여파 다른 원자재 가격도 동시에 올라 공공요금-일반 물가까지 출렁일듯
국제유가가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장관급 산유국 회의에서 증산 속도를 하루 40만 배럴로 당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OPEC+는 4일(현지 시간) 회원국 장관급 화상 회의 이후 11월에도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한 기존 합의를 유지하기로 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미국 등은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량을 더 많이 늘려야 한다’고 압박해 왔는데 OPE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등을 거론하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에 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014년 11월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배럴당 77.62달러에 마감됐다.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 50% 이상 상승했다. 겨울을 앞두고 수요가 늘면서 증산이 없으면 유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황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가속화하며 글로벌 원유 수요가 늘고 원유 재고가 줄며 연말까지 국제유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연료비 인상을 이유로 올해 4분기(10∼12월) 전기요금을 2013년 11월 이후 8년 만에 인상했다. 내년 1분기(1∼3월)에도 추가로 오를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도시가스 요금 인상의 필요성도 거론하고 있다. 정부의 연말 물가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획재정부는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4분기 공공요금은 최대한 동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관리하겠다”며 요금 인상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중국의 생산이 둔화되면 대중 무역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10%가량 오를 경우 중국 산업생산은 2개 분기가량 시차를 두고 약 0.18%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