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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억제력’ 대신 ‘균형’ 용어 눈길…“정책 변화 가능성”

입력 | 2021-10-06 10:26:00


북한이 최근 몇주 사이 군사력에 관한 언급을 하면서 ‘억제(deterrence)’라는 표현 대신 ‘균형(balance)’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이 최근 남북대화에 긍정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로버트 칼린 미 스팀슨센터 연구원이 5일(미국 현지시간) 주장했다.

칼린 연구원은 스팀슨센터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 노스(38 North)’에 기고한 ‘북한: 새 용어 사용으로 정책 전환 가능성’이라는 글에서 그같이 주장했다.

칼린 연구원은 김여정 북한 국무위원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담화에서 ‘군사적 균형’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며 이어 김정은 총비서도 지난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조선반도지역의 불안정한 군사적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새 무기체계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미국과 한국이 “조선반도주변의 안정과 균형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한 점에 주목했다.

칼린 연구원은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거듭한 직후인 2017년에도 김정은 당시 국무위원장이 ‘억제력’이라는 용어 대신 미국과의 군사적 ‘균형’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면서 이를 계기로 김정은이 대량파괴무기 개발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선언하고 외교와 국내 경제 발전에 집중했었다고 지적했다.

칼린 연구원은 북한에서 억제력이라는 용어는 대량파괴무기와 신무기 개발을 정당화하는 용어라면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군사적 균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동시에 남북대화 복원을 위한 조치에 나선 것은 한국과의 경제관계를 복원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조치의 일환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안정’과 ‘균형’을 강조하는 것은 대외적 안보환경이 좋아져야 경제에 집중할 수 있다는 북한의 평소 논리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문제를 논의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난한 조철수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국장도 지난 3월 담화에선 안보리를 “강력히 규탄”했지만 이번달 3일 발표한 담화에선 “강한 우려”를 표명하는데 그치는 등 절제된 표현을 사용했다고 분석했다.

칼린 연구원은 북한이 사용하는 “힘의 균형”이라는 개념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남북한이 군비경쟁을 중단하고 나아가 군비통제 논의를 시작하는 가능성도 내포한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