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제약기업 MSD의 먹는(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 3상 중간 결과가 나오자 기다렸던 ‘게임 체인저’의 등장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는 가격과 사용범위를 고려할 때 ‘타미플루’ 같은 게임 체인저로 보기 힘들지만 입원하지 않고도 초기 단계에서 쓸 수 있는 좋은 치료제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앞서 MSD와 미국 리지백바이오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가 입원·사망률을 약 50% 감소시킨다는 임상 3상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코로나19 외래 환자(경증~중등증) 1550명 중 775명의 중간 분석 결과다. 임상의 주평가지표인 입원·사망률 감소의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했다.
이런 데이터는 감마, 델타, 뮤 변이에서도 일관되게 나온 것으로 확인했다. 미국 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몰누피라비르는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여러 RNA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다. 바이러스의 RNA에 삽입돼 바이러스 복제 과정에 오류를 일으켜 바이러스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죽게 만든다.
그동안 이 약은 여러모로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와 비교되곤 했다.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이고 감염 후 초기 단계의 환자에 쉽게 사용(경구용)할 수 있다는 점, 5일 동안 복용하는 치료법 등이 같아서다. 우수한 임상 2상 결과가 나온 후부터 타미플루 같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기대를 받아왔다.
실제로 스콧 고틀립 전 FDA 국장은 몰누피라비르를 ‘게임 체인저’라고 언급했다.
반면 저렴한 타미플루와 달리 1인당 치료비 90만원으로 거론되는 몰누피라비르 가격을 고려할 때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긴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무증상 경증 환자엔 쓰기 어려워, 게임 체인저로 보기 보단 중증 악화를 낮추는 효과적인 치료제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타미플루와는 다르다. 저렴한 타미플루는 독감으로 진단된 모든 사람에 투여해 초기 완화시킨다”며 “만일 이 약도 저렴하게 보급되면 초기에 범용할 수 있겠지만 코로나19는 독감과 달리 무증상인 경우가 많고, 무증상 환자가 이 약을 복용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몰누피라비르는 경증 환자 중 고위험군에 초기 투여해 입원과 사망을 줄일 수 있다”며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고령자나 면역력이 떨어지면 충분한 항체가 생기지 않아 돌파돼 중증으로 악화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이 약을 사용할 수 있다. 백신을 못 맞는 환자도 복용할 수 있다. 백신과 함께 갈 수 있는 약제다”고 강조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는 5일 성명을 내고 임상 중간 결과가 아닌 최종 데이터가 의미있게 나오면 그 때 적정한 약가로 적정 물량을 비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건약은 인도의 몰누피라비르 제네릭 생산원가 가격을 제시한 하버드대 연구원(Melissa Barber) 등의 리포트를 인용해, 몰누피라비르의 적정 가격은 1캡슐에 약 2만4000원(19.9달러)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국MSD 관계자는 “국내 선구매 및 가격과 관련해선 정부와 협의하고 있고 한국에서 신속히 쓰일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며 “이 약은 입원하지 않고도 확진 초기 단계에서 쓸 수 있는 치료제가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아직 임상 중이지만 추가 임상등록을 안 해도 된다는 독립위원회 및 FDA의 권고에 따라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다. 현재까지 모집된 약 90% 환자에 대한 분석은 추가적으로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분석 결과 기반으로 FDA와 각국 규제 기관에 시판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며 “승인 시 몰누피라비르는 최초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로 등록된다. 몰누피라비르가 코로나19 극복에 일조할 중요한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