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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산업 메카’ 광주, 바이오 의약 분야로 ‘영토 확장’

입력 | 2021-10-07 03:00:00

2002년 타이타늄센터 들어선 이후, 생체의료소재 부문 해마다 급성장
개방형 실험실-치과연구센터 지원
펩타이드 연구소-생산단지도 구축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정 준비 ‘착착’



광주 북구 오룡동에 위치한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연구원이 5일 캡슐내시경 제어로봇으로 연구 실험을 하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제공


2002년 광주지역 의료기기 기업은 수술용 가위를 만드는 1곳과 정형외과 분야 1곳에 불과했다. 이 기업들의 매출은 2억 원, 고용 인원은 22명이었다. 당시만 해도 광주가 의료산업의 불모지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02년 6월 광주 북구 대촌동 광주테크노파크에 타이타늄(티타늄)특수합금센터가 들어섰다. 이를 계기로 광주테크노파크는 2003년 치과재료업체가 밀집된 서울역 인근 상가에서 기업이전 설명회를 열고 입지 여건 등을 홍보했다. 전국의 자치단체가 의료기기, 바이오산업 육성에 나선 가운데 생체의료소재부품 산업이라는 틈새시장을 파고든 것이다.

기업 육성과 기술 이전이 주 업무인 광주테크노파크가 타이타늄센터를 운영하면서 임플란트, 인공관절 등 생체의료용 소재를 만드는 기업이 하나둘 광주에 둥지를 틀었다. 지역 의료기기 기업은 이후 2013년 175곳, 2016년 310곳, 2018년 429곳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는 업체 519곳이 1조828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고용 인원도 4525명에 달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광주에 의료기기 기업이 많아지면서 광주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생체의료소재부품센터, 치과소재부품센터, 헬스케어로봇센터, 정형외과센터 등 각종 연구지원 시설이 들어섰다. 의료기기 분야도 치과를 비롯해 광(光)의료, 정형외과, 안과, 치매, 마이크로 의료 로봇 등으로 확대됐다.

광주 의료기기 산업은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수출 증가로 이어져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손경종 광주시 인공지능산업국장은 “정형외과, 치과 생체의료소재 부품센터가 들어서고 바이오헬스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되면서 최근 3년 동안 의료기기 산업이 연평균 18.4%씩 성장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위해 창업, 기술 실용화를 지원하는 병원 중심의 개방형 실험실과 잇몸 염증 등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치과 연구센터를 지원하고 있다. 수술 후 통증 등을 치료하는 난치성 만성통증 극복기술을 개발하고 인체 진단과 치료약물을 전달하는 마이크로의료로봇산업 육성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이를 위해 광주테크노파크 주변에 2024년까지 마이크로의료로봇개발센터, 치매산업지원센터, 코스메디케어산업실증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광주시는 의료·바이오헬스산업을 현재 의료기기 분야에 그치지 않고 바이오 의약산업으로 확장시키기 위해 암, 당뇨, 골다공증 등 난치성 질환과 감염병 백신, 기능성 화장품,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 쓰이는 펩타이드 연구소를 만든다. 또 단백질의 일종인 고순도 펩타이드를 대량 생산하는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고순도 펩타이드는 바이오제약 산업의 핵심 원료지만 국내 생산기반이 취약해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치매 예측기술을 개발하는 등 고령친화산업지원센터와 소량 다품종 맞춤형 생산시설에 피부의학을 결합시킨 코스메디케어 산업도 육성하기로 했다. 이런 계획을 바탕으로 광주를 2030년 기업 2000곳, 고용 인원 9000명, 매출액 2조3000억 원대의 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김선민 광주테크노파크 원장은 “차기 정부가 광주는 심혈관 질환을 비롯한 7개 분야를, 전남 화순은 백신을, 전북 정읍은 제약을 중심축으로 하는 첨단의료복합단지로 지정할 수 있도록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첨단의료복합단지로 지정되면 광주 의료산업은 한 단계 도약해 글로벌 의료산업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