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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처 고민 챙겨라”… LG화학 ‘고객감동 경영’ 잰걸음

입력 | 2021-10-07 03:00:00

‘고객감동대상’ 신설-포상




스티로폼 원료인 발포폴리스타이렌(EPS)을 생산, 판매하는 A사에는 오랜 골칫거리가 있었다. 2015년 구입했지만 공장 구석에 쌓아만 놓은 단열재용 펜탄가스 재고였다.

A사는 EPS에 단열재용 펜탄가스를 첨가해 스티로폼 단열재를 만들어 판매했는데 환경 규제 등으로 더 이상 팔 수 없게 됐다. 단열재용 펜탄가스는 다른 용도로 쓸 수가 없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단열재용 펜탄가스를 구입한 석유화학회사에 다시 매입할 수 있는지 물었으나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쓸모가 없어진 재고 때문에 A사는 공장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마저 커졌다.

고민을 하던 A사는 지난해 말 거래처였던 LG화학에 단열재용 펜탄가스를 매입해 줄 수 있을지 문의했다. A사의 연락을 받은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 담당자는 곧장 검토에 들어갔다. 자사의 원료 재가공 기술을 활용하면 단열재용 펜탄가스를 건축자재용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LG화학은 올 5월 기술 지원 인력을 파견해 악성 재고로 쌓여있던 펜탄가스를 새 원료로 탈바꿈시켰다. A사는 “자기 회사 일처럼 여기고 추가 비용도 안 받고 도와줘 고맙다”고 밝혔다.

LG화학이 이런 고객감동 사례를 발굴, 장려하고 나섰다. LG화학은 올 3월부터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고객감동대상’을 신설해 매달 우수 사례를 선정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고객사인 A사에 도움을 준 석유화학사업본부 사례는 우수 사례로 뽑혔다. LG화학은 고객감동 우수 팀 및 개인에게 연말에 추가로 포상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56년 만의 큰 가뭄으로 물 부족 사태를 겪은 대만 정부에 경쟁사보다 2, 3배 빠른 1개월 만에 수처리 역삼투압(RO) 필터를 제공한 첨단소재사업부도 고객감동 우수 사례로 꼽혔다. 공장, 대리점, 영업팀, 재고 담당자 등이 손을 맞춰 빠르게 공급한 덕에 지난해 말부터 올해 5월까지 대만 정부의 긴급 해수 담수화 물 공급 프로젝트에 필요한 RO 필터를 LG화학이 100% 수주했다.

기술, 품질 등이 우선시되는 기업 간 거래(B2B)가 중심인 LG화학이 고객감동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고객가치를 중시하는 LG그룹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구광모 ㈜LG 대표는 지난달 말 ‘사장단 워크숍’에서 “재무적 지표에 앞서 고객가치로 무엇을 만들지, 어떻게 혁신할지 훨씬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