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현장. 동아일보 DB
대장동 개발을 주도했던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뇌물로 3억 원을 건넨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옛 동업자의 협박에 120억 원을 줬다고 한다. 뇌물 비리 입막음에 100억 원대 돈을 뿌렸다는 것이다.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로부터 50억 원을 받기로 했다는 설에 등장하는 인사들의 명단도 공개됐다. 뇌물과 특혜로 번 수천억 원을 놓고 서로 물어뜯으며 돈을 챙겼다. 이런 아수라판이 없다.
발단이 된 뇌물 3억 원은 대장동이 아니라 2013년 위례 개발 때 건네졌다. 남 변호사 등은 위례 사업을 함께 했던 정재창 씨가 약 7년 전 찍어놓은 돈다발 사진을 보고 120억 원을 줬다. 이들이 단지 3억 뇌물 사건 하나만을 덮기 위해 120억 원이라는 거액을 줬을지는 의문이다. 이 돈을 챙긴 정 씨는 정 회계사와 함께 2009년 대장동 개발에 참여하려고 세운 판교AMC의 공동 대표였다. 대장동 개발의 사업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고 봐야 한다. 정 씨가 대장동 개발에서도 정 회계사 등이 유 씨에게 뇌물을 건네고 큰돈을 번 상황을 알았거나,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비리를 들이댔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남 변호사 등이 입막음용으로 준 돈은 유동규의 ‘특혜 설계’로 불로소득처럼 벌어들인 돈의 일부다. 이들은 뇌물로 공공의 외피를 입혀 민간 땅을 헐값에 사들이고, 무려 10배 값에 바가지로 분양해 70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불법으로 쉽게 번 돈이어서 흥청망청 써 댄 것이다. 남 변호사 등은 사업 특혜를 받은 대가로 유 씨에게도 700억 원을 주기로 약속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나중에는 줄 돈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유 씨가 정 회계사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뇌물, 협박, 배임에 폭행이 난무하는 막장극이다.
정 씨는 지금도 30억 원을 더 달라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공기업 책임자가 대가를 챙기려고 천문학적 이익을 민간에 안기고, 여기에 한 발씩 걸친 사람들이 돈을 더 갖겠다고 아귀다툼을 벌인다. 이런 아수라판이 벌어졌는데 거짓말 해명과 책임 회피가 판을 친다. 검경은 대장동과 관련된 모든 불법을 낱낱이 밝혀내 범죄 수익을 1원 한 푼까지도 몰수·추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