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구입 경쟁 과열에 공급 부족 저금리 지속 및 경기회복 기대감에… 주택가격 지수 역대 최고 상승률 임차료 평균 지수도 1년새 11% 올라
미국 전역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차갑게 식었던 대도시 지역의 집값과 임차료가 일제히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5일(현지 시간) 미 부동산서비스업체 더글러스엘리먼과 코코란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4523건으로 32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집값이 사상 최고조에 달했던 2007년(3939건)보다 많은 수치다. 3분기 맨해튼 아파트의 전체 거래액도 95억 달러(약 11조3000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 과열은 오랫동안 지속된 저금리와 향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원인이지만 주택 공급 자체가 부족한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주거 공간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주택을 사거나 임차하려는 수요는 늘고 있지만 주택 건설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목재 등 건축자재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집을 지을 수 있는 노동력이 부족한 것도 주택 품귀 현상을 낳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 전역에서 반도체 부족으로 차량 가격이 급등하고, 인건비와 운송비가 늘어 소비재 가격이 오르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공급망 붕괴’ 현상은 최근 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사태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미 당국은 인플레이션 상황이 최소 몇 달간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5일 CNBC방송에 출연해 “공급망 병목 현상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면서 “일시적 현상이겠지만 그렇다고 몇 달 안에 사라질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