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서 초중고… 인터뷰도 불어로, 앵커 “기대 컸는데 배신감 느껴” ‘오커스’로 빚어진 美佛갈등 비판… 블링컨 “더 잘했어야 했다” 인정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5일 공영 프랑스2에 출연해 앵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프랑스2 캡처
오커스(AUKUS) 발족으로 빚어진 미국-프랑스 갈등 후 처음으로 프랑스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5일 프랑스 방송 사회자의 압박 인터뷰에 곤욕을 치렀다.
이날 저녁 공영 프랑스2 프로그램 ‘20시’의 앵커 안소피 라픽스는 출연자로 나온 블링컨 장관에게 “미국 정권이 교체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에) 기대가 컸다”며 “특히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친불파’인 당신에게 기대가 컸고, 양국 간 더 나은 대화를 바랐다”고 했다. 그는 이어 “프랑스가 느끼는 배신감을 이해하느냐”고 물었고 블링컨 장관은 “배신감을 이해한다”며 “(미국은) 소통 측면에서 더 잘할 수 있었고, 그랬어야 한다”고 답했다. 오커스 발족 과정에서 프랑스에 실수한 것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파리에서 초중고교를 다닌 블링컨 장관은 거의 모국어 수준으로 프랑스어를 구사한다. 이날 인터뷰도 프랑스어로 진행됐다.
미국, 영국, 호주의 3자 안보협의체인 오커스 발족을 계기로 미국의 핵 추진 잠수함 기술을 지원받게 된 호주가 프랑스와 맺은 77조 원 규모의 잠수함 계약을 파기하면서 프랑스는 미국과 호주에 불만을 강하게 표출해 왔다.
블링컨 장관의 방문에도 프랑스의 불만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저녁 오커스에 대해 “프랑스나 유럽에 배려를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할 수 없다. 우리는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르몽드는 “유창한 프랑스어 실력으로 프랑스의 환대를 받았던 블링컨이 앞으로는 덜 따뜻한 호응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