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개고기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년 시절 시골 친척집에 놀러갔다 큰 개를 나무에 매달아 놓고 때리는 모습을 본 게 트라우마로 남아 평생 개고기를 입에 대지 않은 내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해외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면 한국에선 흔한 삼계탕조차 먹지 못한 채 여름을 날 때가 많지만 여전히 한국의 복날과 개고기 집에 대한 기억이 떠오를 때가 있다.
개고기와 관련한 논란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프랑스 유명 여배우이자 동물 보호가인 브리지트 바르도는 한국 개고기 문화에 대해 독설을 일삼았다. 1960년대 매릴린 먼로와 버금가는 관능미로 50여 편의 영화를 찍은 그가 30대 후반 배우 생활을 접고 동물 보호 단체 회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중 한국의 개고기 문화에 대해 비판한 것이 2002년 월드컵 당시의 일로 기억된다. 그는 프랑스인들이 한때 즐겨 먹던 말고기에 대한 독설로도 유명하다. 야만적인 말의 도살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을 대형 광고판에 게시하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찬사와 지탄을 동시에 받았다. 그 노력 덕분일까. 한때는 주위에 흔했던 말 머리 간판을 내건 말고기 정육점이 요즘은 눈 씻고 봐도 찾기 힘들어졌다.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내가 먹지 않는 음식으로 비둘기가 있다. 가을 수렵 기간이면 프랑스와 영국 고급 레스토랑에서 야생 비둘기를 흔히들 내놓는데 그런 때를 제외하고는 보통 사육한 비둘기를 요리에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내가 처음 맛본 비둘기 고기는 약 1개월 이내 어린 비둘기였는데 살이 연한 까닭에 통째로 구워낸 살코기가 테이블에 나왔다. 버터에 고기 양면을 구워낸 후 익힌 팬에 코냑을 둘러 디글레이즈한 육수가 뿌려진 요리였다. 당시 나는 물컹한 고기를 입에 넣자마자 비둘기가 연상돼 화장실로 뛰어가 뱉었다. 그 이후 레스토랑을 예약하거나 주문할 때 알레르기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되면 주저 없이 “비둘기”라고 답하는 버릇이 생겼다.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