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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위기때마다 정부가 수칙위반 사례 강조… 신뢰자본 고갈”

입력 | 2021-10-07 03:00:00

서울대 싱크탱크 국가전략위 ‘코리아리포트: 다음 정부의 길’ 발표
‘개인 책임 우선’ 방역정책 지적
“전국민에 같은 재난문자는 ‘불통’… 불확실 상황선 전문가 말 경청을”
“고령화 대비 건보-연금 개혁해야… 양극화 해소위해 ‘혁신대학’ 필요”



서울대의 ‘싱크탱크’인 국가전략위원회가 6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정치사회, 경제 등 9개 분야의 차기 정부 정책 과제를 제시한 ‘코리아리포트 2022: 다음 정부의 길’ 발표회를 열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국민 각자가 방역 사령관’이란 식의 알아서 하라는 메시지는 협력이 아닌 자기 책임만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

6일 서울대 ‘싱크탱크’인 국가전략위원회는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코리아리포트 2022: 다음 정부의 길’ 발표회를 열고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시대를 대비해 소통 방식을 대대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코리아리포트는 44명의 서울대 연구진이 참여해 정치사회, 국제남북관계, 기후변화, 과학기술, 교육, 경제사회복지, 자치분권, 사회안전 등 9개 분야에서 차기 정부의 과제를 제시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이날 축사에서 “코리아리포트는 매년 대한민국의 현재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재난안전문자, 틀에 박힌 반복적 소통”

서울대 연구진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전염병과 방역 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변화를 추적 분석했다. 조사 결과 정부와 방역 당국에 대해 신뢰한다는 응답은 70%를 넘었는데, 일반인들의 대응 능력에 대한 신뢰도는 50%를 밑돌았다. 정부가 방역 실천의 긍정 사례와 경험은 예외적으로 다루고 일탈과 위반 사례의 공유를 더 많이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다수 국민의 협력보다 소수의 위반과 일탈에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위기의 장기화를 버틸 수 있는 ‘신뢰 자본’이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전략위는 “주요 위험 경고를 해당 시기, 지역, 집단에 맞춰 전달해야 하는 시점이 왔는데도 국민 모두에게 일괄적 정보만 전달하니 틀에 박힌 반복적 소통 문제가 지적되기 시작했다”며 “재난안전문자에 대한 국민의 피드백이 부정적으로 돌아선 것이 한 예”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소통 방식도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도준 서울대 국가전략위 위원(의대 교수)은 “정치권의 언어는 상황을 이분법으로 요약해 희망을 고취하는 쪽으로 진행됐다”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혼란과 불신을 일으키니 과학과 보건의료 전문가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방역은 물론이고 부동산 난제 해결을 위해서도 소통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가전략위는 주택 정책과 관련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큰 사람일수록 주택을 자산 형성을 위한 투자 수단으로 생각한다”며 “정부가 시장에 보내는 신호가 투명하고 일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혁신학부대학 10곳 이상 육성해야”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위해 복합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보고서는 “일시적 현금 지원과 같은 대증요법이 아니라 노동시장, 소득, 주거, 돌봄, 지역 간 균형발전 등 종합적 관점에서 접근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구 고령화에 대비한 건강보험과 공적연금의 개혁 필요성도 거론됐다. 이봉주 위원(사회복지학과 교수)은 “국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재정 지속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국민연금의 보험료를 매년 0.5∼1%포인트씩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교육 강화를 위해 앞으로 10년 내에 사회 구성원들이 선호하는 ‘혁신학부대학’을 10곳 이상 육성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국가전략위는 “심각해진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소득층 자녀들이 대학 진학 등을 통해 상위계층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대학 교육이 ‘개천용’을 위한 ‘희망 사다리’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했다. 홍준형 서울대 국가전략위 위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코리아리포트 발표를 계기로 공공 싱크탱크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