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루마니아와의 백신 협력으로 확보한 화이자·모더나 코로나19 백신 97만회분이 도착해 이송되고 있다. 2021.9.8/뉴스1 © News1
루마니아로부터 정부가 구매한 화이자 백신 105만3000회분이 화이자가 제공하는 정식 포장박스가 아닌 별도의 박스에 담겨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루마니아 정부가 화이자 백신을 구매한 뒤, 포장박스를 바로 제조사에 반환했기 때문인데, 우리 정부가 백신 품질을 유지하고 제조사의 A/S 보증을 받기 위해서라도 화이자에 특수 포장박스를 제공받은 뒤 운송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질병관리청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루마니아에서 국내 도입된 백신이 화이자 정식 인증 포장박스가 아닌, 별도의 사설 운송업체가 제공하는 백신 포장박스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이자 백신은 초저온 냉동고에 보관됐다가 특별 제작된 초저온용 용기에 옮겨진다. 얼핏 보면 일반 택배 상자처럼 보이지만, 골판지에 고분자화합물을 입히거나 플라스틱 신소재를 사용해 수분에 강하고 단열 성능이 있는 특수 재질의 상자다.
이런 상자를 다시 이중으로 포장하고 사이사이에 냉매를 채워 초저온이 유지하는 방식이다. 화이자는 유럽에서 백신을 제공할 경우 공장에서 출하 때 해당 용기에 포장해 운송하고 있다.
또, 우리의 경우 화이자 백신이 도착하면 한국 화이자가 백신만 꺼낸 뒤 빈 포장박스를 다시 수출지인 벨기에 보내 재사용토록 하고 있다. 그래서 화이자사는 보안을 위해 이를 ‘피자 박스’라는 암호로 부를 정도다.
하지만 이번 루마니아에서 구입한 백신은 질병청이 선정한 별도의 운송업체가 제공해준 포장박스와 드라이박스에 담겨 운송됐다. 질병청은 운송 계약당시 W사의 박스에 대해 “화이자가 공식 인증한 것은 아니나 실제 화이자 백신 운송에 사용됐다”고 했다.
백 의원에 따르면 5일 기준, 루마니아에서 제공받은 백신 제조번호 6종은 총 107만2181회 접종이 이루졌다. 이 가운데 이상반응 신고건수는 4031건으로 신고율은 0.38%을 기록했다. 이는 질병청이 6일 0시 기준으로 밝힌 화이자 백신의 전체 이상반응 신고율 0.37%보다 약간 높은 수치다.
우리 정부는 백신품질 A/S 문제 등은 제조사 비밀계약 사항이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며, 한국화이자 역시 보증 여부에 대해 같은 입장을 보였다.
백종헌 의원은 “루마니아 화이자 백신에 대한 인과성 조사에 최초 콜드체인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특별히 보고 원인분석을 해야 한다”며 “루마니아 백신품질 문제에 대해서도 제조사 A/S 가 확실히 되는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