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강호였던 엔씨소프트 대신 게임업계 대장주로 등극한 크래프톤을 필두로 위메이드, 데브시스터즈 등이 글로벌 성과에 힘입어 새로운 대세 게임주로 떠오르고 있다.
전통의 강호 엔씨소프트를 필두로 국내 매출 상위권이 주가 상승을 약속하는 지표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 주주들은 국내 매출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글로벌 성과까지 나와야만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게임주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은 위메이드다. 위메이드는 올해 미르4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2만 원대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미르4에 블록체인을 더한 글로벌 버전을 출시한 올해 8월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더니, 현재는 9만 원대 후반의 주가로 치솟았다.
덕분에 위메이드의 시가총액 역시 1조 원이 안 되던 금액에서, 갑자기 3조 1927억 원의 대형 게임사로 거듭났다. 현재 위메이드보다 높은 시가총액을 기록 중인 게임사는 넥슨,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뿐이다.
미르4 글로벌 버전 (제공=위메이드)
게다가, 위메이드의 자회사인 위메이드맥스 역시 미르4에 활용되는 가상화폐 위믹스의 성과 덕분에 동반 상승해 현재 주가가 1만 4900원 대로 올라섰다. 위메이드맥스 역시 미르4 글로벌 버전 출시 이전에는 5~6천 원대를 유지하던 주식이었다.
이처럼 위메이드와 위메이드맥스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단순히 미르4 글로벌이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블록체인을 더한 P2E(Play to Earn.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돈을 벌 수 있게 만드는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P2W(Pay to Win. 돈을 많이 쓴 사람이 이기는 구조)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면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P2E에 관심이 쏠리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아직 가상화폐를 접목 시킨 게임이 허가되지 않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가상화폐를 활용하는 미르4 아이템 거래소 (제공=위메이드)
쿠키런 킹덤을 앞세운 데브시스터즈 역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올해 초 쿠키런 킹덤이 매출 상위권에 오르면서 1만 원대의 주식이 15만 원까지 치솟는 기적의 상승을 보였으나, 이후 매출 순위 하락으로 인해 주가도 6만 원대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성과는 쿠키런 IP(지식 재산)이 강세를 보이던 동남아 지역뿐만 아니라 한국 게임이 약한 모습을 보이던 미국 애플앱스토어에서 매출 6위까지 뛰어오른 덕분이다. 쿠키런 킹덤에 미국에서 전통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세가의 인기 캐릭터 소닉 IP를 더한 업데이트가 주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컴투스와 손을 잡고 유럽 진출을 앞두고 있으며, 최근 중국 게임사와 쿠키런 킹덤 관련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까지 발표되면서, 현재 실적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까지 높게 평가받는 분위기다.
쿠키런 킹덤과 소닉의 만남 (제공=데브시스터즈)
펄어비스는 아직 성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기대감만으로도 주가가 폭등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모바일의 실적 하락으로 인해 지난 2분기에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을 하는 등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신작에 대한 기대감 덕분에 주가가 8만 원대로 뛰어올랐다. 지난 4월에 5:1로 액면 분할을 진행했으니, 액면 분할 전이라면 1주당 40만 원대의 주가인 셈이다.
펄어비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해 말에 게임어워드를 통해 공개한 신작 붉은사막에 이어, 올해 게임스컴에서 새로운 동영상을 공개한 신작 도깨비까지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에서 강도 높은 게임 규제로 인해 신규 판호 발급이 중단된 상황에서 검은사막 모바일의 판호 획득 및 4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어, 중국 성과도 기대되고 있다.
아직은 구체적인 성과가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가가 8만 원대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지만, 붉은사막과 도깨비가 출시되는 시기가 온다면 지금 주가는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펄어비스의 '도깨비' (제공=도깨비)
이처럼 국내 게임주가 글로벌 성과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현재 실적보다 향후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로 세계적인 개발사로 떠오른 크래프톤이 증명했듯이, 전 세계를 강타한 콘텐츠는 회사의 등급을 바꿀 만큼 엄청난 파급력을 발휘한다.
또한, 국내 시장은 규모의 한계로 인해 앞으로 어떤 게임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리니지M이나 오딘 발할라 라이징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 어려우며, 대형 게임사들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이용자 쏠림 현상이 심해, 현재 순위를 계속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즉, 국내 성과에만 의존한다면 한번 올라간 다음에는 잘해야 현상 유지, 아니면 점차적인 하락만 남게 되기 때문에, 주가 상승의 기대감이 크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물론 실적 상승으로 인해 자금이 늘어나는 것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체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콘텐츠 하나를 성공시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후속작까지 전작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대형 게임사들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것이 이미 성공을 거둔 작품의 서비스 국가를 늘려 최대한의 수익을 뽑아내는 글로벌 확대 전략이 최선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김남규 기자 knk@donga.com